의붓아버지 ‘부적절 접촉’ 방송
MBC ‘결혼지옥’ 중징계 가능성
제작진 ‘도덕적 해이’ 질타 확산

아동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결혼지옥) 출연자에 대해 경찰이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와 별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도 3000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돼 MBC가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2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방송된 ‘결혼지옥’에서는 한 재혼 가정을 다루며 의붓아버지가 7세 의붓딸에게 ‘가짜 주사 놀이’라며 엉덩이를 찌르는 모습이 수차례 노출됐다. 의붓딸이 “싫다” “놔달라” 등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이 남성의 행위는 지속됐다. 이 방송이 전파를 탄 직후 경찰에는 의붓아버지에 대한 성추행 신고가 접수됐고,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조만간 참고인 조사 등을 거쳐 해당 의붓아버지에 대한 피의자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거듭된 문제 제기에도 다시보기 서비스 삭제 외에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던 제작진은 21일 공식 사과문을 내며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우려되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면서 “해당 아동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지 못하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결혼지옥’의 진행자인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 역시 도마에 올랐다. 아동학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직종에 종사하는 ‘신고 의무자’임에도 이를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제작진은 “오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했는데, 상당 부분 편집돼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이 같은 범죄 행위에 무감각한 제작진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결혼지옥’ 측은 이 장면을 보여주며 의붓아버지에 대해 ‘딸과 몸으로 놀아주는 스타일’이라며 ‘애정표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유사한 사례로 과거 ‘SNL코리아’ 출연진이 유방암 환자를 비하하거나, 여성 출연진이 남성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 과도한 신체 접촉을 시도하고, ‘코미디 빅리그’의 한 코너가 성희롱 발언을 유머코드로 사용했다가 비판에 직면해 폐지되기도 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방심위에서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경고’ 처분을 받았던 것을 고려할 때, ‘결혼지옥’ 역시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