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실물 센터에 희생자들의 물품으로 추정되는 각종 의류, 신발, 가방 등이 놓여 있다.

용산구 유실물 센터 르포
셔츠·신발 등 끝내 찾지 못해
물품 계속 도착중… 훗날 기약
운영기간 13일까지 1주 연장

글·사진=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

“얘는 모양이 뾰족하잖아. 둥근 거였어.”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큰아들을 잃은 신모(65) 씨 가족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유실물 센터에서 약 30분 동안 아들이 입었던 셔츠와 신발을 찾고자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신 씨는 “어제까지 아들의 장례를 치렀다”며 “아들은 하늘로 떠났지만, 우리 가족은 아들을 끝까지 기억하기 위해 물품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참을 유실물 센터에 머물며 물품을 찾던 신 씨는 끝내 고인이 된 아들의 셔츠와 신발을 찾지 못했다. 그는 “이런 큰 참사가 발생해 분통이 터지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며 “경찰관 말로는 참사 현장에서 물품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하니 유실문 센터를 다시 찾아야겠다”며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참사 현장에 여자친구와 함께 있었다는 김일권(40) 씨도 유실물 센터에 한참을 머물며 잃어버린 신발과 귀걸이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김 씨는 “유실물 센터에 있는 물품을 한참 동안 뒤져 잃어버린 신발을 찾았다”며 “여자친구의 귀걸이는 결국 찾지 못했지만,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실물 센터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주인이 찾아가지 못한 물품들이 센터에 남아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유실물 센터에서 보관하고 있는 물품은 △가방 126개 △의류 268벌 △신발 373켤레(짝없는 신발 66개) △전자기기 등 기타 물품 317개 등 1084점에 달했다. 유실물을 찾아간 시민은 137명으로, 244점의 물품이 반환됐다.

참사에 따른 충격으로 잃어버린 물품을 찾기 꺼리는 시민들도 많다. 참사 현장에서 목걸이를 잃어버렸다는 최희주(24) 씨는 “당시 기억을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목걸이를 볼 때마다 참혹했던 사고 현장이 자꾸 떠오를까 봐 무섭다”며 “지금은 목걸이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 현장에 함께 있던 친구는 팔찌를 잃어버렸는데, 마찬가지 이유로 물품을 찾으러 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트라우마가 상당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참사가 발생한 날 이태원에 있었다는 이호영(33) 씨도 “당시 인파에 휩쓸려 쓰고 있던 모자가 벗겨졌다”며 “의류, 신발 등 다양한 물품이 사고 현장에 너저분하게 남아 있던 끔찍한 현장을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아 물품 찾기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애초 경찰은 유실물 센터를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운영할 방침이었지만 아직 많은 시민이 물품을 반환받지 못한 상황을 고려, 오는 13일까지로 운영 기간을 일주일 연장하기로 했다. 연장 기간 중 센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보관 중인 물품은 ‘로스트112’를 통해 검색할 수 있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