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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尹정부의 가치동맹 역할 확대
중국 반발과 보복 부를지 관심
한국도 중국도 안정 유지 희망

사드 추가 배치 서두르지 않고
대만 문제 기존 입장 유지 중요
中도 시진핑 체제 강화가 우선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중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한미동맹 재건’에 초점을 맞춰 한·미·일 3각 협력 강화와 쿼드 산하 워킹그룹 동참, 그리고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제시해 왔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및 법치를 공유하는 서구·유럽 국가들과 가치와 규범의 연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할 것을 선언했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국익 중심의 외교 행보를 놓고 국내외의 일부 매체는 ‘분명한 친미적 입장’이라고 평가하면서 미·중 갈등 시대에 윤 정부의 친미적 성향이 한·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사드 추가 배치’ 언급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국내외 매체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수의 전망은 윤 정부의 외교·안보적 행보가 결국 중국의 반발과 한국을 겨냥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쪽으로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윤 정부의 외교·안보적 행보가 한·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양국 관계가 당분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로, 중국은 사드와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이들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를 한·중 관계 평가의 기준점으로 본다. 윤 정부는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이 두 문제에서 한계점(底線)은 넘지 않으면서 외교적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윤 정부가 이 두 가지 이슈에 대해 취한 조치들은 한·중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윤 정부는 취임과 함께 발표했던 ‘110대 국정과제’에 사드 추가 배치를 포함하지 않았다. 물론 윤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는 윤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하지 않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음은 대만 문제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내정(內政)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다른 국가들이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주권에 대한 침해로 인식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윤 정부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시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했으나, 언급 수준이 지난해에 발표된 정도를 넘지 않는 기지를 발휘했다. 결국, 중국 정부로서는 사드 문제와 대만 문제에 대한 윤 정부의 처리 방식과 방향에 커다란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현재 중국의 국내 사정이 한국과 갈등을 일으킬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중국 경제는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낮은 성장, 유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그리고 제로 코로나 정책 유지 등으로 인해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며 이러한 경제 하강 국면에서 중국은 한국과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기보다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도 한국과의 경제 교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점이 관찰된다. 게다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권력 연장 문제는 중국의 모든 이슈에 우선하는 핵심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에서 시 주석은 총서기 3연임을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시 주석 및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안정적인 대외 환경을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윤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추진한다든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일본 수준의 관여를 공표하는 등 중국을 실질적으로 자극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 한 한·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거나 중국이 한국에 경제 보복 조치를 시도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볼 수 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향후 30년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을 구상하고 있는 시점에 윤 정부가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냉철하고 당당하게 우리의 국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한·중 관계를 형성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