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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기사입력 | 2022-05-27 12:11

박민 논설위원

미국의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은 전임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후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 가려 평범한 대통령이란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46명의 미국 대통령 인기 순위나 업적 평가에서는 10위권 내에 드는 우수한 대통령이다. 사실 트루먼은 자질이나 지도력을 검증받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대통령이 됐다. 4선에 오른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 3개월 만에 뇌출혈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트루먼은 하원 의원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가 급한 일이 있다는 호출에 투덜거리며 백악관으로 들어갔다. 트루먼을 맞은 영부인 엘리너 루스벨트는 “대통령이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했다. 당황해 한참을 침묵하던 트루먼이 “제가 부인을 위해 무엇을 해드려야 할까요?”라고 묻자 엘리너는 “아니요. 제가 당신께 무엇을 해드려야 할까요? 앞으로 골치 아플 일이 많으실 테니까요”라고 반문했다. 얼떨결에 대통령이 된 트루먼은 취임 직전 “달, 별, 그리고 모든 행성이 내게 떨어지는 기분이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부담감 때문인지 트루먼은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를 새긴 명패를 두고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을 해나갔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투하를 지시해 제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 지었다. 종전 후에는 ‘트루먼 독트린’으로 사회주의 확산 저지에 나섰고 마셜 플랜을 세워 서유럽 경제 부흥을 지원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국민은 트루먼의 결단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셜 플랜은 ‘퍼주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재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트루먼 자신도 선거날 자신의 패배를 예상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천신만고 끝에 2번째 임기를 시작한 그는 6·25전쟁 참전을 결정했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발족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트루먼의 좌우명을 새긴 패를 선물했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각종 실정의 책임을 세계 경제와 코로나 등으로 돌린 바 있어 더욱 관심을 모았다. “국정을 맡은 리더의 명예는 자기 행위의 책임을 혼자 지는 것에서 나온다”는 막스 베버의 말처럼 대통령의 명예는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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