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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국격 맞는 인류학박물관 짓자

  • 입력 2022-04-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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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수 베트남 유이떤대 교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코로나 팬데믹과 독재 권력이 아무리 인류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무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중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가 아닌 용산에 두겠다고 공약했다. 지난달 28일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청와대 회동 이후 그 실현 시기가 앞당겨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듯하다. 그래도 평범한 시민은, 청와대가 공개된다는 소식에 북악산 등산로 개방을 고대하고 있다.

한성이 조선조의 도읍지가 된 이래 ‘왕가의 기운을 받은 명산’으로 불리는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청와대 개방 이후의 용도와 관련해서 제기되는 방안은 가위 백가쟁명이다. 청와대의 활용과 관련, 단타에만 적응해 온 소견들로는 장타가 안 보이는 모양이다. 경복궁을 축으로 기존의 국립박물관들과 연계된 새로운 용도를 찾을 필요도 있겠다.

현재 근무 중인 베트남과는 먼 얘기지만, 미국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세계화 교육기관은 ‘스미스소니언 인류학박물관’이다. 그곳은 철 따라 세상 사람들의 살림살이에 대해 전시를 기획, 시민 세계화 교육의 자료로 삼는다. 미국인들이 세상 어디든 가서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도, 어린 시절부터 제집 드나들 듯이 인류학박물관에서 세상의 살림살이를 체험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미스소니언 인류학박물관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워싱턴 체제를 뒷받침한 세계화 문화 입국의 산실이다. 지구촌 사람들이 모여서 구성된 미국인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안목을 갖출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는 곳이기에 오늘의 미국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정말 장타 한 번 제대로 칠 준비를 해 보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청와대는 안성맞춤의 ‘사과나무’다. 그것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인류학박물관을 만들어 우아하게 돈벌이도 해보자. BTS와 ‘오징어게임’ 식의 ‘날 좀 보소’도 좋지만, 나를 바라보는 ‘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식을 찾아보자. 참으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함께 살아야 하는 이웃들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 하지 않던가. 행동으로 실천해 보자.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 인류학박물관이 없다는 게 말이나 되나. 중국과 일본에도 있고, 대만과 베트남 그리고 필리핀에도 있는 게 인류학박물관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없다.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동력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문화 동력이 선진국 경제의 이후를 담보한다. 경제 마라톤의 최종 주자가 문화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시민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가 놀이 공간과 휴식 공간이 되는 것도 좋다. 아울러 미래 비전 교육 공간을 겸한다면, 일석삼조가 아니겠는가. 대립과 영욕으로 얼룩진 현대사의 핵심 공간이 국립인류학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야말로 커다란 홈런 한 방이다. 들끓어 오르기 시작한 ‘다문화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혜안을 제공할 터전이 인류학박물관이다. 문화 동력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인류학박물관은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 ‘백년청청’할 것이다. 나의 손자 빈후와 이웃들이 함께 나눌 사과나무가 우아하고 건전한 미래 살림을 약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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