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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보다 1~2타만 적게 치자는 게 나의 비즈니스 골프”

오해원 기자 | 2021-11-26 09:55

경기 여주의 잔디농장에서 작업용 카트에 오른 구창모 대표. 경기 여주의 잔디농장에서 작업용 카트에 오른 구창모 대표.


■ 우리 직장 高手 - 블루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대표 구창모

베스트 2언더 아마 최고수지만
파3선 늘 홀 반대로 치는 버릇
핀 향해 가는 공… “안 돼” 외쳐
동반자들 웃음보 터뜨린 적도

2006년 잔디 유통업 뛰어들어
전국 골프장의 70% 이상 방문
“잔디정보 알면 스코어 좋아져”


용인 = 오해원 기자

구창모(49) 블루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대표는 라운드 도중 코스 관리원을 만날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잔디를 길러 국내 골프장에 납품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골퍼로서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애써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지난 3일 경기 용인에서 만난 구 대표는 “우리나라 많은 골프장에 한지형 잔디(양잔디)가 깔렸지만, 사계절이 있기에 잘 자라기가 어렵다”면서 “(코스 관리원들은) 하루에도 수백 명이 밟는 잔디를 보살피시는 분들이라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뒤 대학 조교, 의류업 등에 종사하다 2006년 잔디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익혔다. 골프 기량이 뛰어난 동종 업계 관계자들과 교류하기 위해선 평균 이상의 실력이 요구됐다. 그래서 훈련보다 실전에 포인트를 맞췄다. 연습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뒤 라운드를 나가는 게 일반적인 패턴. 하지만 구 대표는 필드에서 더 오래 머물며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고 기량은 빠르게 성장했다. 라운드할 때마다 새로운 골프의 매력이 다가왔고, 이렇게 골프에 푹 빠졌다. 최근에는 1주일에 2회 라운드가 일상으로 자리잡혔다.

골프장은 전국에 퍼져 있다. 구 대표는 동종업계 관계자들과 전국 골프장을 돌며 친목을 다지고 실력을 겨룬다. 5시간 가까이 함께하며 잔디 상태를 살피고, 업무 이야기를 나눈다. 일과 취미를 동시에 병행하니 금상첨화인 셈. 그러다 보니 600곳에 가까운 전국 골프장 중 70% 이상을 방문했다. 구 대표는 잔디를 기르고, 또 수많은 잔디를 경험했다. 그래서 잔디의 특성을 훤히 파악하고 있다. 골퍼 구창모의 가장 큰 무기. 구 대표는 “아무래도 일반 골퍼보다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만큼 편하게, 효율적으로 잔디를 활용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한국 토종 잔디와 한지형 잔디의 특성은 다르다. 구 대표는 “한국 잔디는 공이 떠 있어 걷어서 쳐야 하고, 한지형 잔디는 공이 낮게 붙어 있어 찍어 쳐야 한다”면서 “한국 잔디에 익숙한 분들이 한지형 잔디에서 계속 톱볼이 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외국 골프장 러프엔 클럽을 잡아채는 잔디가 많지만 한국은 러프에서도 볼이 떠 있는 경우가 많고 이런 작은 차이를 안다면 샷을 더욱 편하게 할 수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요즘은 전문가 수준으로 잔디를 공부하는 골퍼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골프장의 잔디 정보를 알고 간다면 타수를 줄일 확률은 높아진다.

미리 확인하지 못했다면 현장에서 담당자에게 코스 설명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구 대표는 키 180㎝, 몸무게 72㎏의 균형 잡힌 체구.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20∼230m. 구 대표는 “2012년과 2013년엔 한 달에 최소 10회 이상 골프장을 찾았고,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하곤 했다”면서 “베스트 스코어는 2언더파로 기억되고, 지금은 싱글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라운드할 때 핸디캡을 계산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동반자의 실력에 맞춘 비즈니스 골프를 하기 때문. 많은 골퍼가 휴대전화 앱 등으로 자신의 스코어를 관리하는 것과 달리 구 대표는 라운드의 결과를 평균 내 계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여긴다. 구 대표는 “동반자보다 1, 2타 정도 더 적게 18홀을 마치겠다는 생각으로 라운드한다”면서 “목표가 단순하면 그만큼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홀인원은 한 번도 없고, 이글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구 대표는 “골프가 마음대로 되진 않지만 파3에서는 일부러 홀의 반대 방향으로 공을 보내는 편”이라면서 “홀인원은 티잉그라운드에서 편안하게 쳐 나오는 결과지만 이글은 코스의 다양한 곳, 여러 상황에서 나올 수 있어 개인적으로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2010년 6월 부산 해운대CC에서 ‘대형사고’를 칠 뻔했다. 평소대로 파3에서 아이언을 잡고 스윙했는데 이상하게도 공이 홀 쪽으로 날아갔다. 당황한 구 대표는 “안 돼”라는 소리를 질렀다. 동반자들은 홀인원을 애써 피하려는 구 대표를 보고 웃음보를 터트렸다. 공은 의도치 않게 홀 바로 옆에 떨어졌다.

구 대표는 “코스 설계자의 의도대로, 또는 그 반대로 공을 보내 다양한 상황을 즐기는 것이 골프의 재미”라며 “마주하는 어떤 상황도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골프는 인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특히 무너질 것 같은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의 짜릿한 희열과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그래서 골프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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