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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 보완 입법 한시가 급하다

기사입력 | 2021-11-25 11:39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된 지 3년째인 지난 7월 1일부터 전면 확대 시행된 이후 그 폐해와 부작용이 속출한다. 주 52시간제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보장’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출발했으나, 산업별 특성이나 사업장 규모 등의 차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적용되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업계는 물론 노동계에도 피해를 주어 원성을 사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공사 협력업체는 하루 근무시간이 줄어도 일당 임금이 보전돼 시급 단가가 크게 오른 데다 공사 기간이 수시로 늘어나면서 인건비 급등으로 수익성이 급락해 파산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조선업계는 근로 시간이 줄어들며 실질임금 감소로 이직하는 협력업체의 직원들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차량 생산이 지연되고 있는 자동차 업계도 협력업체들은 주야간 2개 조로 나눴던 생산직 직원을 3개 조로 나누면서 부족해진 숙련 인력을 제때에 충원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연구·개발(R&D)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신성장동력이나 자기 발전과 소득 증대를 위해 열정적으로 몰아쳐서 일해야 하는 스타트업 직원에게는 주 52시간제 적용이 성장에 장애가 돼 산업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 수요가 계절적 패턴을 보이거나 연중 크게 변동하나 예측하기 어려운 산업에서는 근무시간을 수시로 조정할 수 없어 난감하다.

노동과 여가의 가치는 사람마다 달라서 마지못해 일하는 사람도 있으나, 소득에 상관없이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성향이나 체력의 차이에 따라 평생 일하는 시간을 배분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 주 52시간 근무로 30년 일하는 대신 주 78시간 근무에 20년 일하고 조기 은퇴하는 선택지도 주어져야 한다.

여가를 즐기는 고소득자는 주 52시간제로 여유 시간이 많아져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이다. 반면에 여가를 즐길 여유가 없는 저소득자에게는 근로시간을 늘려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을 정하는 길마저 차단하면 국가가 일률적으로 정한 생활 방식을 강요하는 셈이어서 국민의 행복추구권 침해가 된다.

최소한의 개선책으로 ‘탄력근로제’ 적용이 가능한 단위기간을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지난 2019년 12월에 종료된 정기국회에서 무산된 이후 작업 현장에서의 업무 차질은 깊어만 가고 있다. 노사 합의로 기간별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수 있게 하며, 업종이나 기업 규모에 따라 세분화해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조선업의 사업장 상용직 임금이 전년 동기 대비 올해 증가했으며 현장에서 근로시간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입막음을 시도 중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기저효과와 정부의 상용직 통계에 잡히지 않는 하청 생산인력의 노동시간과 임금을 반영하지 않고 제도를 호도하기에 급급한 고용부의 태도를 보면 획기적인 해결책 기대는 어렵다. 내년 5월 출범할 새 정부가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전격 개선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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