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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대로’ 李가 주는 불안감

조성진 기자 | 2021-11-25 11:34

조성진 정치부 차장

11월 중반까지 예산 정국을 뜨겁게 달구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가 현안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해 여당과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야당과의 대립을 초래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8일 돌연 “고집하지 않겠다”며 접었다. 이 후보의 태도 변화에 민주당은 실용주의자로서 정책적 유연성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던 시기 법원은 그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두 가지 사안에 제동을 걸었다. 첫째는 일산대교 무료화 건이다. 이 후보는 지사직에서 물러나기 전 마지막으로 ‘일산대교 사업시행자 지정취소’를 결재했다. 일산대교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사업을 진행해 왔음에도 이 후보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그 피해를 국민이 감당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전문가와 야당이 무료화 강행의 불합리함을 지적했으나 법률가 출신인 이 후보는 도지사의 ‘합법적 권한’을 사용해 밀어붙였다. 하지만 수원지법 행정2부는 3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일산대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처분의 당부를 따져볼 기회조차 없이 법인 활동에서 배제되는 희생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가혹해 보인다”고 밝혔다.

12일에는 경기 남양주시 감사관 등이 경기지사를 상대로 낸 징계 요구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됐다. 경기도는 4월 남양주시에 종합감사에 따른 사전 조사자료를 요구했으나, 남양주시는 “위법 사항을 특정하지 않은 자치사무에 대해 의도적으로 자료를 반복해 요구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경기도는 해당 직원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효력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남양주시 공무원은 이 후보와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갈등에 유탄을 맞았다. 지난해 남양주시가 지역 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재난 기본 소득을 지급하자 경기도가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하지 않는 등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에서 경기지사 시절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독선’ ‘불안감’ 등 부정적 평가를 완벽히 씻어낸 것은 아니다. 당장 한발 물러섰다고 해서 소신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철회하며 “아쉽다”고만 밝혔다. 또 “정쟁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과세 유예라는 꼼수, 대선을 앞둔 현금 지원의 불공정성 등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정쟁으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재난지원금 지급을 다시 꺼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민주당이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사 시절처럼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뜻을 관철할 수 있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당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며 “정말 민생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날치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평소 ‘법대로 한다’고 말한 이 후보가 과연 유연해진 것일까. 민주당의 자찬이 아직은 공허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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