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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몽니’와 윤석열 구상

허민 기자 | 2021-11-23 11:24

허민 전임기자

윤석열의 대권 장정(長征)에서 김종인은 ‘계륵’과 같은 존재다. 놓치자니 아깝고 취하자니 어렵다. 중도 확장의 전략과 정적 제압의 전술엔 그만한 인물이 없다. 하지만 김종인을 얻자니 잃게 될 게 너무 많다. 대선 레이스 초반엔 김병준의 합류가, 중반에는 홍준표의 도움이, 막바지엔 안철수와의 통합이 물 건너갈 수 있다. 윤석열에게 이들은 ‘윤석열 정권 창출’을 위해 간절히 필요한 인물들이지만, 김종인에겐 모두 불필요한 존재들이다. 김종인에 따르면 김병준은 ‘과대포장 된 사람’, 홍준표는 ‘소리만 요란한 사람’, 안철수는 ‘정치적 변수도 안 되는 사람’이다.

김종인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참여를 일단 거부했다. 그의 ‘몽니’는 8할이 김병준에게서 비롯됐다. 윤석열은 7월 초 처음 김병준을 만난 후 4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김병준을 ‘멘토’로 대우했다. 그런데 김종인이 한사코 반대한다. 두 사람은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정책 마인드로 무장한 경제 전문가이자 경세방략의 지혜를 가졌다. 이렇게 능력과 영역이 겹치는 게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 김병준은 정치 선배 김종인에 대한 ‘리스펙트’가 없고, 김종인은 그런 김병준이 밉다. 김병준이 “윤석열이 뇌물 받은 전과자와 손잡을 리 없다”고 했고, 그 뒤 김종인이 “하류적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맞받으며 관계 회복이 어려워졌다.

윤석열은 ‘김종인 원톱’ 선대위가 대권 레이스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될 홍준표·안철수와의 협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도 내내 우려했다. 홍준표와 김종인의 악연은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의 검사-피의자 신분으로 만난 이후 지금까지 악화일로다. 김종인은 기자에게 “홍준표 없어도 대선 승리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종인과 안철수의 관계는 애증의 반복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 안철수는 김종인·윤여준 등으로부터 ‘정치 면접’을 받았다. 이후 2016년 총선 때 충돌했고 2017년 대선 때 잠시 합쳤다가 지금은 화합하기 어려운 지점에 와 있다. 김종인은 “안철수는 현재의 지지율도 못 지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종인은 이들 세 사람과의 접점 자체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만이 선대위 원톱으로 배타적 권한을 갖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윤석열은 1인 권력 체제는 안된다는 입장이 확고했다. 우선 전략가이자 멘토인 김병준과 손잡고, 적절한 때에 2030 젊은 표를 겨냥해 홍준표와 화해한 뒤, 막판에 안철수와 야권통합 단일화를 이뤄 승리를 굳히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다.

윤석열은 선대위 인선 발표 이틀 전인 20일 김병준과 함께 김종인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무거운 결심’ 직전의 어려운 발걸음이었다. 김종인은 “찬성한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은 만남 직후 “김종인이 김병준 인선에 동의했다”고 언론 플레이를 했고, 이에 김종인이 분개했다는 후문이다. 윤석열의 ‘김종인 패싱’은 두 번째다. 지난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말라는 조언을 거부한 것, 그리고 이번의 선대위 인선 강행. 김종인의 ‘몽니’는 뿌리가 깊고, 사무실까지 찾아가 정성을 다했다는 명분을 얻게 된 윤석열은 그와의 결별까지 대비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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