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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논단]

새만금에 ‘집단기억의 공간’ 만들자

기사입력 | 2021-11-19 11:20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오징어게임이 세계를 강타했다. 그런데 정작 주위에는 오징어게임을 실제로 해 본 사람이 거의 없다. 그나마 달고나, 딱지치기, 구슬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해 본 사람이 많다.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과 같이 살았으며,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기에 급급한 세대들은 그나마 이런 기억이 없을 것이다.

놀이로서 오징어게임이 흥미를 주는 것은, 향수가 아니라 잘못하면 ‘죽는다’는 생존투쟁에 대한 실감이다. 양극화돼 가는 삶의 현장을 보면서, 전 세계가 이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절실함에 동감하면서 열광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놓치는 게 있다. 오징어게임에서 우리는 그 어렵던 시절에 아주 간단한 놀이로 다른 사람과 연대해 사는 법을 배웠다는 점이다. 게임에서 지면 다시 해서 승자도 돼 보고, 패자가 되는 것도 배운 것이다. 화가 나서 놀이를 그만두고 집으로 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졌어도 다음 게임을 기다리는 인내심도 기를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고 하나라는 ‘우리 성’을 지켜 줄 집단기억이 필요하다. 스마트폰과 함께 태어난 세대들에게 집단기억을 만들어 줄 프로젝트가 필요한 것이다. 집단기억은 개인 기억과는 달리 다양한 방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프랑스의 역사가 피에르 노라가 기획한 ‘기억의 장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는 수백 년 전의 도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나마 사람들이 집단기억을 할 여건이 돼 있다. 그런데 1960년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은 우리는 모든 것을 재빨리 부숴 버리고, 아파트·도로·고층 건물을 지어온 기억 파괴의 역사를 겪었다.

우리는 지난 70여 년간 좋든 싫든 엄청난 경험을 했고, 그 과정을 전 세계가 부러워하고 궁금해한다. 경제발전뿐 아니라 과감한 민주화도 이뤄냈다. 이런 소중한 기억을 간직한 장소들이 있다. 이른바 ‘달동네’! 서민의 애환이 서린 조그만 삶의 현장이었다. 또, 민주화를 위해 막걸리를 마시고 전략을 논하던 술집도 있었다. 이제는 이런 곳들이 사라지고 책이나 영상 자료로 접하게 된다. 부모들이 아무리 그때 얘기를 해도 자식들에겐 아무런 감흥도 없다.

이제, 우리의 과거 기억을 간직하는 물리적 장소를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야 한다. 마치 용인민속촌이 조선 시대를 재현한 시간여행지인 것처럼, 지난 70여 년간의 기억을 간직하고 재생할 장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일단 지금도 철거되는 건물과 장소들을 통째로 옮겨 놓은 기억의 창고를 만들어야 사라지는 역사물을 보존할 것이다. 그 기억의 장소가 될 훌륭한 후보지도 있다. 바로 새만금이다. 그 넓은 땅이 아직 확실한 용도가 없다. 여의도만큼 널찍한 장소에 옮겨 놓는 옛 건물과 거리, 그리고 옛사람들의 복장을 한 직원들이 움직이는 살아 있는 공간을 재구성하자. 맛집을 옮겨 놓고, 대장장이가 있고, 엿장수도 있고, 뻥튀기 장수도 있고, 딱지치기도 하면, 그 장소가 관광명소로 일자리 창출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신구 세대,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고, K-컬처를 경험하게 하자는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오징어게임을 직접 해 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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