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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집’, 임계점에 다다른 사회문제… 지자체 권한만으론 한계

기사입력 | 2021-11-16 10:24


박겸수 강북구청장

최근 전국적으로 ‘쓰레기집’ 현상이 기이하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쓰레기집은 보통 비슷한 모양새를 띤다. 쓰레기가 집안 내부에 가득 차 있어 발 디딜 틈이 없다. 온갖 잡동사니와 생활 쓰레기가 오랜 기간 거대하게 쌓이기 때문에 악취 문제로 이웃과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화재 위험까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다.

강북구도 예외가 아니다. 쓰레기집 관련 민원이 쏟아져 골머리를 앓자 주거환경 개선에 나섰다. 일단, 실태부터 매년 살펴보기로 했다. 동네 봉사단이 참여하는 주민 협의체를 구성하고 ‘적치가구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사회복지관과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연계하는 서비스망도 구축했다. 지역사회와 힘을 모으면서 아홉 가구의 쓰레기를 치웠다.

쓰레기집에 사는 이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부분 1인 가구로, 홀몸 어르신에서 청년 등 전 세대에 걸쳐 있으며 무기력과 우울증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과도한 경계심을 나타내며 과격한 모습도 종종 보인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안전사고 후유증 때문이거나 학대나 가정폭력의 상흔일 수 있다. 일부는 저장강박증이 의심된다. 공허함에서 벗어나거나 스트레스를 풀려고 쓰레기를 쌓아두기도 한다. 원인이 뭔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사회·경제·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나타난다고 봐야 한다.

쓰레기 한번 청소한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일상으로 복귀하는 첫발을 뗐을 뿐이다. 한번 치워도 쓰레기 적치가 반복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현상의 재발을 막으려면 쓰레기를 치우는 습관 형성을 돕고 심리 상담과 사후 사례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산더미같이 쌓인 쓰레기는 사회관계를 단절한 이들이 보내는 일종의 조난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며, 궁극적으로 끊어진 사회관계망을 이어 삶을 바꾸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어려운 점은 있다. 대상자가 청소를 거부하는 경우다. 주택이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본인이 청소를 동의하지 않으면 청결 명령을 내리며 과태료를 부과하는 선에 그치게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한 상위법이 없어 해결 절차와 기준이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이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거 공간 개입 범위와 공적지원 요건 등을 정해야 한다.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사회문제인 쓰레기집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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