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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더욱 커질 계층 차… 우리가 차별의 가해자 아닐까”

박동미 기자 | 2021-09-06 10:24

‘지구 끝의 온실’을 펴낸 김초엽 작가는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김 작가가 지난달 30일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지구 끝의 온실’을 펴낸 김초엽 작가는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김 작가가 지난달 30일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4차 선정 도서 ‘지구 끝의 온실’ 저자 김초엽

2050년대 ‘더스트’ 덮인 지구
거대한 돔시티 싸고 계층 분열
‘세계가 회복되는 과정’ 담아

“미래 전망엔 좀 비관적인 편
소설에선 낙관적이려고 애써
그때 나타나는 ‘마음’살피길

식물 공부하니 인간 중심 탈피
인간과 다른 감각의 현실 알면
세상을 보는 관점도 확장될 것”


“코로나19 상황을 보며 쓴 소설이긴 하지만, 꼭 ‘지금’과 대응시키려던 건 아니었어요. 인류의 위기는 계속될 거니까요. 아니, 더 큰 재난이 올지도 모르죠. 코로나로 드러난 계층 간의 문제도 보다 더 선명해질 거고요. 그때 우린 무얼 할 수 있을지, 해결은 가능할지 등을 생각하며 썼어요.”

김초엽(28) 작가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이 출간됐다. ‘더스트’에 잠식된 지구. 거대한 ‘돔 시티’ 안에 들어가는 자와 들어갈 수 없는 자. 폐허가 된 세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작은 마음들…. 소설은 2050년대 이후라는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언뜻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현재를 닮았다.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후, 과학소설(SF)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으로 20만 부의 판매량을 올리는 등 한국 문학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소설가 김 작가를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스탠다드 호텔 세미나룸에서 만났다.

“미래를 전망하자면, 실제로 전 좀 비관적인 편이에요. 그래도 소설에선 낙관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애쓰죠. 현실의 저보다 소설 속 인물들이 훨씬 긍정적이에요, 하하.”

소설은 세계의 종말 이후를 그린 디스토피아지만, 다시 딛고 일어서려는 의지가 심겨 있다. 그것은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던 세상과는 다른 감각으로 움튼다. 예컨대 무너진 지구를 재건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바로 비인간 존재인 식물이고, 식물이 가진 힘을 발견하고 지구를 구하고자 이끄는 건 여성들이다. 그러니까 소설은 지금, 어떤 이야기가 필요한지 잘 아는 김 작가의 영민하고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닮았으며 그가 상상하고 바라는 세상을 오롯이 담은 셈이다. 소설가이자 자연과학 연구자이고, 장애와 소수자의 정체성을 고민해 온 논객이기도 한 김 작가가 그동안 받은 사랑과 기대에 대한 성실한 응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코로나 이후 소설가로서 소환되는 일이 잦아졌어요. 그런데 둘러보면 이공계 분야든 예술문화 분야든 타격을 입은 분들이 주변에 많아요. 무거운 책임감이 생겼어요. 어떤 식으로든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요.”

‘지구 끝의 온실’은 망가진 지구에서 특정한 보호를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대비시킨다. 이는 김 작가가 그동안 여러 다른 글에서 보여준 설정이나 구도와 비슷하다. 이를 통해 위기 상황에 취약한 계층, 정보와 기술 등에서 배제되는 사람들, 여러 이유로 소외당하는 소수자들의 존재를 환기시켜 왔다. 김 작가는 “자신이 받는 차별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또 다른 차별의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작가인 저는 소설을 쓰면서, 또 독자들은 그걸 읽으면서 스스로 ‘돔 시티’에서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해요.”

소설의 절반은 ‘식물’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작가는 원예학을 전공한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식물에 대해 공부했다. 그는 “식물이 지닌 과학적 특징에 대해 알아가면서 인간 중심주의, 객체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했다.

“식물은 어느 한 부분이 잘리면 다른 곳이 그 역할을 해요. 사람으로 치면, 머리를 다치면 팔이, 팔이 다치면 다리가 일을 하는 거죠. 또 사람이 볼 땐 땅 위에 객체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도, 다들 뿌리로 연결돼 군락을 이루고 있고요. 인간이 아니라 나무가 감각하는 세계에서 자유롭게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확장되지 않을까요.”

‘지구 끝의 온실’은 문화일보와 예스24가 공동 진행하는 ‘국민서평프로젝트-읽고 쓰는 기쁨’의 4차 선정 도서다.

김 작가는 이 소식을 듣고 “한때 과학도서 서평을 연재하기도 했다”면서 “내가 써 본 글 중 가장 자신 없고 못 쓰는 게 바로 서평이었다”며 웃었다.

“힘들지만 즐거웠어요. 일단 공부가 됐고, 그 내용을 한번 정리해 볼 수 있었고, 그걸 다른 이가 읽어주는 기쁨까지 누릴 수 있었죠.” 김 작가는 “소설이니까 우선 모두 재밌게 읽었으면 한다. 그리고 읽고 느끼는 건 각자의 몫 아닌가”라고 했다.

자유로운 해석을 기대한다는 그에게, 그래도 조금은 바라는 바가 없는지 물었다. “무차별적 낙관이 아니라 세계가 회복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그 과정에 나타나는 여러 ‘마음’들을 살펴봐 주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비인간 존재(식물)에도 주목하시면 좋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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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서평 프로젝트 - 읽고 쓰는 기쁨’ 4차 서평 공모 대상 책은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을 비롯해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바다출판사), ‘생명 가격표’(민음사), ‘우리는 실내형 인간’(마티)이다. 1600∼2000자 분량으로 30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예스24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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