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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前 駐파키스탄 대사

6·25 남침전쟁이 발발한 1950년에 10대였던 8명의 소년·소녀가 80대가 돼 영어로 쓴 ‘6·25전쟁 회고록: 1950∼1953’ 한글판 책자가 발간됐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게 된다’는 윈스턴 처칠의 경고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라틴어 경구가 무겁게 들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8월 27일 연례이사회 보고서에서, 2018년 말부터 가동 징후가 없던 북한 영변 5㎿ 원자로가 올해 7월 초부터 재가동 징후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방사화학실험실도 5개월간 가동해 왔음을 확인했다. 북한 외무성은 8월 29일 “최강의 억제력을 부단히 비축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음 날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활동을 지속 감시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으라는 것으로, 끊임없는 북한 핵 개발로 인한 국가안보 위기 대책과 거리가 멀다.

한국이 북한의 핵인질로 살지 않으려면 현실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대책의 기본은, 미국 정치학자 한스 모겐소 교수의 “다투는 두 나라 중 핵 위협을 받는 나라가 핵 반격 수단이 없으면, 1945년 8월 미국의 히로시마(廣島)·나가사키(長崎) 원폭 투하 후 일본처럼 완전히 파괴되거나 무조건 항복이라는 2가지 선택밖에 없다”는 경고에 둬야 한다.

한국은 북한이 핵 공격을 하려고 할 때 핵 반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도록 ‘공포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독자적 힘을 강화하는 자강책(自强策)을 추진하면서 동맹국인 미국의 힘을 빌려야 한다. 공포의 핵균형을 갖추기 위해선 3가지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이 어느 시점까지 핵 폐기에 응하지 않으면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고 사전에 발표한다. 둘째, 나토 식 전술핵무기 공유(독일·벨기에 등 5개 동맹국의 미군 기지에 전술핵 탄두를 배치해 핵탄두는 미국이 보유·통제하고 유사시 나토 해당국 전투기로 투하) 체제를 갖춘다. 셋째, 미국의 양해 아래 한국의 조건부 핵무장을 협의한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하는 비핵화를 주장하므로 핵 폐기는 가망이 없다.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 또는 공유하고 미국의 양해 아래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는 안 중 하나라도 실현되도록 아래 논리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 남·북, 미·북 대화에 나오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한·일의 핵무장에 민감한 중국이 북핵 폐기에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게 된다. △북한의 대남 도발을 억지해 중국·인도 간, 인도·파키스탄 간처럼 한반도 정세가 안정된다. △북한이 미 본토와 주일미군 기지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미·중 간 패권경쟁 시대에 중국의 주한미군 타격을 억제할 수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보다 피해와 경비가 적고 북한의 핵무력을 대응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대선 경선 국면에서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전술핵무기 재배치 논란이 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방지하고 자유 민주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