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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끼리 의견 다르면 “어린 것이” “양아치”… 선진국선 퇴장감

송정은 기자 | 2021-08-02 10:35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과 윤호중(오른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왼쪽 세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및 양당 원내대표단이 지난 7월 23일 국회 의장실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과 윤호중(오른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왼쪽 세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및 양당 원내대표단이 지난 7월 23일 국회 의장실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화일보 연중캠페인 - 존중합니다 I Respect You

⑥ 막말 국회에서 존중의 국회로

韓 ‘품위유지’ 국회법 있지만
망언·막말 현실적 규제장치 아냐
의원들 논쟁 대신 감정싸움만

美 , 3분의2 동의땐 제명 가능
英, 회의 방해하면 직무정지도
佛은 수당삭감, 獨은 출석정지

“내 생각과 다른 발언 존중해야
비난 삼가고 절제된 용어 쓰자”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격 있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듭된 막말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우리가 말하는 모든 단어,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인들은 ‘존중과 예의를 갖춘 언어와 행동’을 요구하는 미셸의 연설에 크게 열광했다.

◇의원에게 무한한 품위 요구하는 선진국 = 민의의 전당인 의회는 치열한 논쟁의 장이다. 논쟁이 격화하면 반말, 막말이 나오기 쉽다. 그러나 의회 민주주의가 일찍 발달한 영국, 미국에서는 상대 진영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상호 자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영국 의회에서 의원들은 토론 중 예의를 갖춘다. 의원들은 서로를 부를 때 실제 이름이 아닌 공식 직책으로 부른다. 상대 진영 의원을 ‘친애하는…(the Honourable Member…)’이라고 부르며 같은 당에 속한 의원은 ‘친애하는 저의 동료…(My Honourable Friend…)’라고 호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문화는 160여 년 전 의회의 위엄을 유지하고, 구성원 간 직접적 비판과 논평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상대를 ‘거짓말쟁이’ ‘겁쟁이’ ‘주정뱅이’ ‘멍청이’ ‘돼지’ 등으로 부르는 것은 엄격하게 금기시된다. 이 외에도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무례한 태도를 보인 의원에게는 의장 직권으로 주의, 발언중지, 퇴장명령, 호명제재 등이 내려진다.

이들 나라에서는 막말 의원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한다. 영국에선 의제 이외의 발언을 하거나 회의를 방해하는 말을 한 의원에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직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직무정지 기간에 세비는 지급되지 않는다. 미국에선 헌법 제1조 5항에 따라 원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의원을 징계할 수 있고,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제명할 수 있다. 미 하원은 ‘원내 질서 문란 행위’에 대해 △무례한 언어 사용 △인신공격성 질문 △동료 의원·상원의원·대통령 등에 대해 모욕하는 경우라고 규정했다. 독일에선 연방기본법 제46조에 따라 명예훼손 소지의 비방을 하는 의원의 면책특권을 박탈할 수 있다. 의장은 회의장에서 막말한 의원에게 최대 30일의 출석 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프랑스에선 의원이 모욕·선동·위협하는 발언을 하면 의장 직권으로 회의록에 기록되는 주의처분을 내리고 1개월간 의원수당 4분의 1을 감액한다. 의회나 의장, 대통령과 수상, 정부 각료를 모욕·선동·위협할 경우 의장단 의결로 일정 기간 자격이 정지되며 의원수당 2분의 1이 감액된다.

◇막말 일삼는 대한민국 국회 = 반면 우리 국회의 현실은 암담한 실정이다. 국회법 제25조에는 ‘의원은 의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8월 2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A 의원과 국민의힘 B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3법’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펼치다가 서로 반말을 쏟아냈다. B 의원은 A 의원에게 “어린 것이”라고 했고 A 의원은 “양아치들이 하는 짓을 하고 있다”고 응했다. B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여당이) 부동산 3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원 구성도 제대로 하지 않아 양심이 있다면 사과라도 하고 가야 할 것 아니냐는 논지의 발언이었다”며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싸우거나 협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A 의원은 “그 법(부동산 3법)에 대한 비판이 아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 조심하라는 뜻이었다”며 “(국회에서 막말 정치는) 당연히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특정 단체를 대상으로 한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국민의힘 C 의원은 2019년 4월 페이스북에 “(‘받은 메시지’라며)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고 적었다가 당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말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상정되는 징계안 사유에서도 ‘단골손님’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대 국회(2019년 6월 3월 기준) 윤리특위에 상정된 징계안 43건을 분석해보니 징계 사유로 막말(22건)이 가장 많았다. 이어 괴담과 선동(8건), 이해충돌 및 직권남용(5건), 성추행 등 품위유지 위반(3건) 등이 뒤를 이었다. 경실련은 “20대 국회에서 5·18 망언을 비롯한 세월호 막말, 간첩 망언, 허위사실 유포, 성희롱, 동료의원에 대한 막말, 소수 정당에 대한 폄훼, 좌파독재 막말 등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존중 국회’ 문화를 위한 제언 =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우리 국회가 선진 국회로 나아가기 위해 존중 문화를 견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개호(3선) 민주당 의원은 2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의원의 발언이란 의정 활동에서 가장 기본이기 때문에 상대방 발언이 본인 생각과 다르더라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동료의식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서로 다툴 수도 있지만 의정 단상을 벗어나면 ‘동료’로 돌아와야 하는데 동료 정신이 사라진 국회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동료의식이 사그라든 이유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탄핵 이후에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승자의 아량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있었고 야당은 야당대로 패배의식과 찬성한 사람들의 죄의식까지 겹쳤다. 경쟁이 아니라 싸움이 돼버렸다”고 분석했다.

선거 중심의 정치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5선 의원은 “당의 지도부가 구성되면 모든 목표를 대통령 선거 승리에만 두고 있다”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상임위원회를 열어 법안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도 대선에서 유리하게 가기 위한 정치를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현안을 놓고 합리적으로 대화해 문제를 풀려고 하니까 오히려 지지를 받았다”며 “약속한 여·야·정 협의체를 추진하고 상임위별로도 만남을 자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병수(5선) 국민의힘 의원은 “대정부 질문을 할 때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묻고 고쳐나가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의원들 간의 공방으로 치닫는 수가 있다”며 “언어 자체를 가다듬어서 절제된 용어를 사용하고 의원 상호 간의 비난은 존중하는 차원에서 삼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서 의원은 “과거에는 식사 등 인간적인 교감도 나누고 자연스럽게 정책 문제에 대해 입장 차를 조율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 국회에서는 ‘니편내편’으로 갈라져 소통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별취재팀(리스펙트팀)= 손기은·김성훈·정유정(사회부), 안진용(문화부), 이승주(산업부), 송유근(경제부), 권승현(전국부), 송정은(정치부)

송정은·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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