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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은 계층사다리 아니다”… MZ, 대학 안가고 ‘경력쌓기’

허민 전임 기자
허민 전임 기자
  • 입력 2021-07-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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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 MZ세대 보고서

③ MZ의 직장생활 - 취업·교육관

59% “대학 가지 않아도 된다”
“사회구조 변하고 직업군 다양”
천편일률적 성공공식에 반대

현실에선 취업 문 좁아지면서
대학졸업장 당연시 되는 상황
“5년 일해야 4년제와 같은대우”


2021학년도 대입 전형 결과, 전국 대학이 평균적으로 신입생 정원의 약 10%를 채우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처음으로 고3 학생 수(43만7950명)가 대입 정원(47만8924명)보다 적었다는 학령인구 감소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 사이에서 ‘대학 무용론’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도 그에 못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 진학은 필수’라던 기성세대의 인식과 달리 MZ세대는 ‘교육이 더 이상 계층 사다리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학 진학이 보편화하고 취업 문이 좁아지면서 오히려 대학 졸업장이 당연시되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인식과 현실의 괴리는 대학과 교육에 대한 MZ세대의 심정을 더욱 복잡하게만 한다.

◇심화되는 ‘대학 불필요’ 인식 = 문화일보가 지난 5∼6월 MZ세대 남녀 32명(20대 16명, 30대 16명)을 상대로 실시한 심층인터뷰·설문조사에서 59.4%인 19명(30대 10명, 20대 9명)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나머지 40.6%(13명)는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이들 중 ‘교육이 계층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는 18.8%(6명, 20대 5명·30대 1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교육이 계층 사다리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대졸자의 낮은 취업률(21.9%, 7명)을 비롯해 △높은 사교육비(15.6%, 5명) △전체 인구의 학력 수준 상승(12.5%, 4명) 등 이유도 다양했다.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하고 사회 구조가 변했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대학 진학 후 사회 진출’이란 공식이 먹히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대학원을 나온 30대 남성 취업준비생 황인성 씨는 “대학을 안 가고 차라리 그 시간에 공무원 준비를 하거나 일을 해 경력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 후반 여성 취업준비생 김경민 씨도 “대학을 가는 게 꼭 좋은 것 같지도 않다”며 “요즘은 능력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내 밥벌이 능력만 있으면 대학 졸업장이 꼭 필요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학 나와야 대접받는다’는 여전한 인식이 문제 = 여전히 대학 진학은 중요하다는 입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대학에서 특정 학문이나 분야를 얼마나 심도 있게 공부하느냐를 떠나서 대학 졸업 여부 자체로 사람을 대하는 사회적 인상이 달라진다는 전반적인 인식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만 18∼34세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사회에서 교육을 어디까지 받았는지(학력)가 중요한가’라는 물음에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9%,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9.0%였다. 4년 전 같은 물음에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1.0%, ‘그렇지 않다’는 8.1%였던 것에 비해 응답 비율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응답자 약 70%는 ‘중요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고 있었다.

30대 후반 여성 자영업자 김애리 씨는 “사회 구조상 대학을 가는 게 좋다고 본다”며 “대학에 가야만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급여 측에서도 갭(차이)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랜서도 ‘급수’가 있는데, 만약 2년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면 5년을 일해서 경력을 쌓아야 4년제 대학을 나온 것처럼 대우해주는 구조가 있다”며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하면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대 초반 여성 디자이너 김혜은 씨가 보는 현실은 더 복잡하다. 분명 대학 진학 같은 교육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대학에 안 갈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한 혜은 씨는 직장에서 학연과 대학의 중요성에 대해 느낀 적이 있다. 혜은 씨는 “대학 졸업을 해야 한다. 이력서에 고졸보다는 대졸로 적어야 어딜 가서든 덜 무시받는 것 같다”며 “대학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진 않지만 ‘대학 졸업장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탄했다. 각종 취업지원서에 몇 년제 대학을 졸업했는지 쓰는 공란이 대부분 마련돼 있는 현실이 혜은 씨의 인식을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대학 졸업장이 취업에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혜은 씨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그는 “대졸자도 취업이 어렵고 오히려 애매한 학과에 가서 취업이 안 될 바에는 차라리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그것도 아니면 전문직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대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 사다리 필요 = 올해 대입 결과에서 나타나듯, 유명 대학 여부를 떠나 MZ세대 및 그 이후 세대에게 대학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진학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데 대학 신입생 정원이 미달되는 와중에서도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결국 대학 진학은 선택의 문제가 됐다는 현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MZ세대와 그 이후 세대를 위해선 대학 진학 위주의 교육보다는 실질적인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의 교육이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애리 씨는 “본인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있다면 좋은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고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20대 후반의 남성 취업준비생 정서영 씨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확고한 개인적 생각”이라며 “지금까지는 고졸로 성공하는 케이스가 연예인이나 유튜버 정도였지만,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서영 씨는 “학력이나 학벌이 낮아도 자기만의 것으로 건전하게 성공할 수 있으면 그것대로 좋은 것 아니냐”며 “(페이스북 창업자인) 미국의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에 입학할 실력은 있었지만, 하버드대 학벌을 가지고 성공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 허민 전임기자, 박준희·나주예 기자, 안수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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