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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일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2020도쿄올림픽이 한 달 앞(D-30)으로 다가왔다. 1년을 연기한 도쿄올림픽에 ‘2020’을 앞에 붙이는 게 맞는지 ‘2021’을 붙이는 게 맞는지 일반 국민은 헷갈린다. 비록 최초로 홀수 연도에 열리지만, 대회명은 그대로 ‘2020도쿄올림픽’이라고 부르는 게 관례다.

그런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 강행을 천명하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 개최에 대해 불안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일본인들의 80%도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야구와 테니스 등 일부 종목에서 보이콧을 선언한 국가와 선수들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도쿄올림픽에 대해, 일본이 전범기로 인식되는 욱일기 사용을 허용하고 지도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하면서 보이콧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감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올림픽 보이콧은 안 된다.

북한은 지난 4월 6일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북한이 평화 추구라는 올림픽 정신을 너무 쉽게 내팽개쳤다. 그로 인해 남북 개회식 공동 입장 및 최대 4개 종목 (여자하키·여자농구·조정·유도) 단일팀 구성은 물 건너가고, 2032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논의 등도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중이던 1952년에 헬싱키올림픽에 참가했다. 전쟁 중에도 코로나 상황에서도 올림픽은 열려야 한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은 무려 5년을 기다렸다. 일본의 얄팍한 술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올림픽의 숭고한 정신을 따라야 한다. 올림픽 이념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2020도쿄올림픽은 근대올림픽 역사에서 1916년, 1940년, 1944년 전쟁으로 열리지 못한 3번의 대회와 함께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길 게 분명하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도쿄라는 수도의 재개발과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부터 새롭게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유치위원회는 올림픽 개최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 파급 효과가 약 3조 엔(약 30조 원), 고용 창출 효과는 약 15만 명으로 전망했고, 일부 기관은 올림픽의 경제 효과를 4조 엔 이상 최대 150조 엔까지 장밋빛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장밋빛 잔치는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노무라연구소에 따르면,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일본은 1조8000억 엔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IOC는 수조 원의 방송중계권료를 잃게 된다고 한다. 일본과 IOC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올림픽을 강행하려는지도 모른다.

비 오는 날의 소풍처럼, 이번 도쿄올림픽은 신명 나는 올림픽이 되긴 힘들 것 같다. 고국의 응원단이 참가하지 못하지만, 재일동포들과 동원된 일본의 학생들로 이뤄진 각국 응원단의 함성 속에서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일본은 503개의 지방 도시의 학생들에게 올림픽 교육을 통해 173개국의 국가와 일명 ‘민촌(民村, grass-roots) 교류’를 통해 따뜻한 우정을 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전 세계인의 응원과 평화 추구의 함성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