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앞마당 벤치에 앉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문화예술·관광 분야 도약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취임 100일 넘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융·복합 산업 지원이 핵심
7월쯤 대통령께 보고 계획

한류기반 공고히 하기 위해
드라마·영상대학원 등 설치
‘K-팝 월드 어워드’도 추진

‘코로나 이후’관광대책 준비
1단계, 면세점만 이용 상품
2단계, 공항 주변까지 확대
3단계, 전국 안심존 팸투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6월 말과 9월 말, 11월 말 주요 변곡점을 맞습니다. 이에 맞춰 사회적 거리두기의 획기적 완화가 필요합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회복 단계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이같이 말하고 조만간 김부겸 국무총리와 방역당국에 ‘코로나19 이후’ 관광 및 문화예술 분야 도약을 위한 지원을 강하게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7월 중 첨단기술과 문화를 결합한 융·복합 산업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문화강국 프로젝트’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한편, 160조 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사업에 관련 예산이 포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류 기반을 공고화하기 위해 드라마·영상대학원과 ‘아트 컬처랩(Art Culture Lab)’을 설치하고 ‘K-팝 월드 어워드’와 ‘K-팝 페스티벌’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황 장관이 취임한 지 꼭 100일째인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황 장관에게 취임 100일 소회를 듣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문체부는 소관 분야가 넓고 그 각각은 국민 향유적 측면이 강한데, 코로나19 사태로 피해가 컸다. 그래서 행사를 다니기보단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100일 동안 일정이 약 400개, 이 중 간담회가 200개 정도 됐다. 느낀 점은 크게 봐서 두 가지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문화라는 걸 알게 됐다’거나 영화 ‘미나리’, 방탄소년단(BTS) 등을 언급하면서 ‘한류의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가치가 크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런 게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나도 깜짝 놀랐는데, 문체부 예산이 연간 7조 원이 채 안 된다. 27조 원 정도 되는 연구·개발(R&D) 예산 가운데 문체부 소관은 겨우 1000억 원 정도다. 정부 재정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준이나 근거 등이 좀 부실한 게 아닌가 싶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계층화 분석법)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해선 안 될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소통의 중요성이다. 행정부는 집행권력이고, 결정은 주권자인 국민이 한다. 의회를 통해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정부가 이 부분에서 고리가 좀 약했던 게 아닌가 싶다.”

―예산당국과 논의하고 있나.

“부처별 예산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남은 건 160조 원에 달하는 ‘한국판 뉴딜’ 예산을 잘 활용하는 거다.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의 뉴딜정책에도 ‘공공 예술 프로젝트(Public Art Project)’가 포함됐었다. 그 결과 뉴욕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면에서 미국이 유럽을 능가하게 된 거다. 한국판 뉴딜로 인한 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문화 분야다. 가령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중앙도서관의 실감형 기술은 박물관과 도서관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도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수준에 이르렀다. 특수 안경을 쓰면 마치 공연장에 있는 것 같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버추얼 트래블링(Virtual traveling)’도 가능하다. RCC(Reality Connected Cinema)도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상영관의 개념을 보는 곳에서 경험하는 곳으로 바꾼다. 7월쯤 이런 내용이 포함된 ‘문화강국 프로젝트’를 대통령께 보고할 생각이다.”

―문화계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민에게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가장 하고 싶은 걸 물으면 1순위가 해외여행, 2위가 공연 관람, 3순위가 스포츠 활동으로 나온다. 문체부 소관 분야가 국민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직접 지원 1조 원을 포함해 3조3000억 원 정도 지원했다. 턱없이 부족하다. 일단은 버티게 하는 건데, 회복기가 중요하다. 모두가 다 망가졌을 때는 표시가 안 나지만, 회복되는 상황에서는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모든 걸 장악할 수 있다. 가령 항공노선의 경우, 빨리 회복되지 않으면 허브 노선을 다 빼앗길 수도 있다. 그 산업적 피해는 엄청나다.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3차례 변곡점이 온다. 6월 말까지 1300만 명이 접종을 마친다. 논리적으로 고위험군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9월 말이면 접종 대상 국민 전원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칠 수 있고, 11월 말이면 집단 면역이 가능해진다. 이런 일정에 따라 우리가 재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관광이나 공연 등은 테스트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까지 방역을 위해 엄격하게 제한된다면 시장을 잠식당하고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 6월 말, 9월 말을 변곡점으로 해서 획기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필요하다.”

―테스트라면.

“관광의 경우 3단계 방안을 준비 중이다. ‘트래블 버블’ 영역에 속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지만, 1단계는 공항과 공항을 연결하는 것이다. 비행기가 도착하면 면세점까지만 이용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2단계는 공항 주변까지 존을 확대하는 것이다. 3단계는 전국의 ‘안심존’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버스에 태워 이동하고, 정해진 관광지와 호텔, 식당을 이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팸투어식으로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씩 교환하면 여행업계에 희망이 될 수 있다. 이런 계획을 조만간 국무총리와 방역당국에 강력히 요청할 생각이다. 이런 게 해외에 주는 청신호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항공노선이나 관광에서 이니셔티브를 잃지 않고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文대통령 적폐청산 의도와 다르게 오해… 측근으로서 역할 못해 반성”

관행적 폐단 개선하자는 건데
정치적 보복행위로 이미지화
불필요한 갈등 발생 안타까워

언론의 자유 가장 중요하지만
ABC 제도 개선 반드시 필요
합리적인 다른 기준 만들수도

文정부 위기라는 말 동의 못해
부동산·자영업 등 혼란 있지만
코로나 이후 도약의 시기 올 것


―BTS에서 ‘미나리’까지, 한류 열풍이 뜨겁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K-팝 시장을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하려면 ‘K-팝 월드 어워드’나 ‘K-팝 페스티벌’이 있어야 한다. 이미 K-팝은 한국 가수만의 것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BTS나 블랙핑크 같은 한류의 주역들에게 제안하고 싶기도 하다. 1980년대 에이즈 기금을 모으기 위한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캠페인이 있지 않았나.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 우리가 중심이 돼 세계적인 가수들을 모아 백신 기금 모금 캠페인 같은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류의 공고화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최근 자주 듣는 얘기는, 문화에 신기술이 붙지 않는다는 거다. 문화에 신기술이 융·복합되면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따라서 정부가 초기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기대되는 효과는.

“RCC 같은 게 대표적이다. 지금 상영관들이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5세대(G)만 제대로 깔아주면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다고 한다.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은 한국이 최고 수준인데, 이런 게 실감형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RCC는 이미 테스트 단계까지 와 있다. 업계에선 수십조 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OTT는 영화보다는 드라마 중심인데, 우선 중요한 건 콘텐츠다. 드라마·영상대학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년 예산에 반영하려 한다. 3곳 정도를 만들어 매년 50억 원씩만 지원하면 전문가들을 계속해서 배출할 수 있다. 또 스타트업이 드라마를 마음껏 찍을 수 있도록 ‘아트 컬처랩’을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값싸게 장비나 스튜디오를 대여해주는 거다. 결국 시장이 중요한데, 콘텐츠 주도권과 인프라를 갖춘 한국이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과 결합해 넷플릭스에 맞설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한국방송협회와 얘기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니까. 아직 공식 제안은 안 했지만, 중국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올 수도 있다고 본다.”

―한류 스타 병역 논란이 이어진다.

“기존 예체능 쪽의 군 면제 혜택은 국위 선양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탁월한 재능을 계속 발전시키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도 두 가지에 다 해당된다. 이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병역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 기준을 적용할 대상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은 공정이라는 가치도 중요시한다.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병역 유예다.”

문체부 소관 업계와의 갈등 사안을 묻자, 물러서지 않겠다는 단호한 답변이 이어졌다.

―정부의 출판유통망 개선 방안에 대해 출판계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유통망을 운영해선 안 된다는 건데.

“출판유통망은 출판계 요구로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문체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가령 출판계와 저작권협회가 갈등을 빚는 경우, 이런 다양한 이견이 해소될 수 있는지, 출판계가 스스로 유통망을 운영했을 때 더 효율적일 수 있는지 등을 봐야 할 거다.”

―언론사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문체부의 입장은.

“문체부가 입장을 내놓을 처지는 아닌 것 같다. 다만, 그런 얘기 나오는 것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그것도 양 측면이 있다. 한편에는 과도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언론의 부정적인 측면을 개선하겠다고 언론의 자유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가치도 있다. 나는 언론의 자유를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 문체부는 신중한 입장이고, 의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볼 뿐이다. 그러나 ABC 제도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이 문제에서도 이제까지 (ABC 제도에 입각해 신문사들이) 취한 걸 다 토해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지난 3월 정부가 ABC 실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추가 조사에 들어갔는데.

“조선일보 성실률을 조사할 때 1000개 넘는 지국 가운데 23∼24개를 실사한다고 한다. 문체부가 지난번에 12∼13개를 조사했으니, 범위를 넓혀 50개 정도를 조사해 보자고 한 거다. 그런데 언론사와 지국 모두 협조를 하지 않아 조사가 안 되고 있다. 일단 6월까지 계속 권고하고, 그래도 안 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상응 조치란.

“ABC협회의 기준을 사용하지 않는 거다. 이와 관련해선 언론사와 시민단체 의견을 받아보고 합리적인 다른 기준을 마련할 생각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황 장관은 문 대통령의 측근 그룹으로 분류된다. 그에게 지난 4년의 국정 성과를 물었다.

―문체부 4년을 평가한다면.

“4년 가운데 1년 반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었고, 초기 1∼2년은 (이전 정부 때 벌어진)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문체부가 위축돼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잘 굴러갔다. 물론 꼭 정부가 지원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한류도 큰 성과가 있었다. 홍콩 사태 이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NYT) 중 유력 언론이 디지털 헤드쿼터를 한국으로 옮겼다. 오는 10월이면 30억 원을 들인 외신취재지원센터가 문을 연다. 콘텐츠 산업은 코로나19 상황에도 매출이 늘어, 세계 6∼7위 수준까지 올라갔다. 문화예술 등의 저작권도 사상 최초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국정홍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문 정부 4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분야별로 보면, 우선 코로나19 방역에 성과가 있었다. 백신을 두고 시비가 있지만, 우리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게 사실이다. 치료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고, 진단 키트 개발도 앞서갔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확진자가 중증으로 갈지 사망할지 알고리즘을 분석한 유일한 국가다. 남북문제는 미국의 정권 교체로 잠시 중단됐지만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최소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려는 게 아니구나. 어떻게든 개방을 하려 하고, 그걸 위해 핵을 교환하려는 의지가 있구나’라는 게 상식처럼 됐다. 이전에 북한이 너무 미스터리한 국가였다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블룸버그의 12개 경제지표에 한국 수출 동향이 포함될 정도로 수출이 잘됐다. 여러 면에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를 리드하는 선도국가가 되고 있다. 이전 정부들이 노력한 게 있겠지만 문 정부가 잘 관리한 결과라고 본다. 전반적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났다. 초반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이 있었고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직됐는데,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잘 극복했다. 한·일 기술 갈등도 신속하게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낮췄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에는 방역 모범 국가가 됐다. 또 문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훨씬 심화했다는 데 이견을 표할 전문가는 없을 거다.”

―그런데 각종 지표로 볼 때 문 정부가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는 잘 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대참패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부동산 문제나 자영업의 어려움, 양극화 등 사람들이 살아가기 어려워진 부분이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안보위기·기술위기 등을 정부가 잘 관리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많은 기회가 있다. 전혀 과장하거나 허풍을 떠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우려되는 것은 남은 1년, 이 중요한 도약의 시기를 잘 관리해야 하는데 10∼11월 미래 권력 각축전이 본격화하면서 (국정운영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보수 진영이 사실상 궤멸 된 상태에서 집권했다. 국민통합의 기회였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적폐 청산’만 앞세우다 많은 우군을 놓치고 국정운영이 더 힘들어진 게 아닌지 물었다. 황 장관은 긴 한숨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측근이라는 게 참 애매한 위치다. 이들은 앞에 나서면 ‘실세’가 되고 뒤로 빠지면 ‘비선’이 된다. 과감하게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핑계인데, 어쨌든 그런 역할을 참모나 가까운 사람들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은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것을 ‘적폐’라고 한 게 아니다. ‘적폐 청산’이란 우리 사회에 오래 쌓인 관행적 폐단을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개선해 가는 것을 의미했다고 본다. 현 정부에서 헌법 개정이 무산되고 대통령이 분명하게 말씀한 것을 기억한다. ‘모든 부처는 개헌에 준하도록 제도를 개혁하라’는 것이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보자. 약 30년 전 500억 원 이상 사업을 대상으로 정했는데, 여전히 500억 원이다.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부분도 부실하다. R&D 예산도 성공률이 98∼100%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 때문에 성공하는 부분까지만 연구하는 거다. 이런 게 적폐다. 그런데 검찰이 모든 수사 대상을 적폐인 것처럼 규정한 것은 ‘검찰이 적폐를 척결하고 처리하는 주체’라는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한 과도한 전략적 행위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도 해본다. 그렇다 보니 적폐 청산이 마치 정치적 보복행위나 부정척결의 대명사로 이미지화된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 대통령 옆에서 선거를 치르고 정권을 만든 사람 입장에서 이런 부분을 빠르게 수정하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발생한 게 아쉽다.”

‘적폐 청산’이 ‘적폐 수사’로 왜곡됐다는 얘기다.

“지금도 이유 없이 대통령이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 대통령은 항시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검찰과 관련해서도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해주고, 검찰총장이 잘못하면 법무부가 개선하고,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사법부가 판정한다. 이런 과정에 대한 주변의 자의적 해석들이 원칙을 지켜가는 대통령에 대한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본다.”

―재·보선 이후 청와대를 대하는 여당이 좀 달라진 것 같다.

“문 정부의 성공 여부가 다음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여당도 잘 알고 있을 거다. 과거 공식처럼 정부를 비판한다고 해도, 문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면 4기 민주정부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은 남북문제를 풀고 코로나19 사태를 넘어 미래로 도약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여당과 청와대가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할 때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고 본다.”

인터뷰 = 오남석 문화부 차장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