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2018년 디 오픈에서 우승 후 클라레 저그에 입맞춤하고 있다. USA투데이스포츠
최종일 우즈와 같은 조 출발
챔프조 부진 14번홀 단독선두
마지막홀 버디로 8언더 정상
골프변방 伊에 ‘클라레 저그’
세계적인 축구 강국인 이탈리아는 프로골프에서는 ‘변방’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지난 2018년 열린 브리티시오픈(디오픈)에서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웠다.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인근의 커누스티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147회 디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몰리나리는 프로골프계에서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2004년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했고, 프로 데뷔 후 2년이 지난 2006년 이탈리아 오픈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몰리나리는 이후 2010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랭킹을 14위로 끌어올렸고,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몰리나리는 PGA투어 무대에선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이렇다 할 우승은 없었지만 유럽 무대에서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몰리나리는 여러 차례 톱10에 오르면서 상위 랭킹을 유지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인세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몰리나리는 3주 후 디오픈에서도 주목받았다. 그는 디오픈 초반 10위권 밖이었다. 1, 2라운드 선두권은 케빈 키스너와 잭 존슨(이상 미국) 등이었고, 로리 매킬로이(영국)도 선두에 2타 차로 추격하며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3라운드에서는 키스너가 디펜딩챔피언 조던 스피스(미국) 등과 9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몰리나리는 3라운드까지 6언더파로 선두에 3타 차로 따라붙었다.
몰리나리는 4라운드를 공동 6위였던 타이거 우즈(미국)와 한 조를 이뤄 출발했다. 하지만 팬들의 관심은 공동 선두 3명에 집중됐다. 그런데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반전이 생겼다. 선두 그룹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4라운드에서 부진했다. 4일 내내 선두를 달리던 키스너가 2, 3번 홀에서 더블보기와 보기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3타를 잃은 채 불안하게 출발했다. 같은 조의 잰더 쇼플리(미국) 역시 5, 6, 7번 홀에서 보기-보기-더블보기로 4타를 잃었다. 스피스 역시 5∼6번 홀에서 보기와 더블보기를 범해 6언더파로 내려앉았다. 반면 몰리나리는 앞 조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이어갔다. 13번 홀까지 모두 파 행진을 이어가며 6언더파로 내려앉은 3명과 공동 선두가 됐다.
이때부터 몰리나리의 존재감이 나타났다. 몰리나리는 14번 홀에서 이날 처음으로 버디를 잡아내 7언더파가 되면서 단독 선두가 됐다. 선두 조의 부진으로 어부지리의 반사이익도 얻었지만, 그는 끝까지 냉철했다. 나머지 15, 16, 17번 홀에서 다시 파세이브를 했다. 몰리나리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보란 듯이 버디를 만들어 8언더파가 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존재감 없이 4라운드를 시작했지만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몰리나리는 이탈리아 사상 첫 ‘클라레 저그’를 품었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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