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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대신 봄숲… 좀 더 있다 가봐요

박경일 기자 | 2021-03-18 10:18

편백나무들로 ‘수직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전남 장성 축령산의 숲. 산 전체가 이런 편백나무들로 거대한 숲을 이뤘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숲으로 안개가 밀려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편백나무들로 ‘수직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전남 장성 축령산의 숲. 산 전체가 이런 편백나무들로 거대한 숲을 이뤘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숲으로 안개가 밀려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추천할만한 ‘조용한 숲’

-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숲
90여만 평에 울창한 휴양림
다양한 트레킹 코스도 매력

- 삼척 준경묘 소나무숲
태조 이성계 조상 무덤 명당
하늘 향해 뻗은 금강송 일품

- 태안 안면도 휴양림 솔숲
수령 100여년 소나무 산책로
숲속의 집서 숙박 몸·마음 힐링

- 완주 공기마을 편백숲
삼림욕장 머물며 나무 향 만끽
족욕 즐길수 있는 유황편백탕


이른 봄의 여행지는 봄꽃명소로 집중된다. 행락객들이 한꺼번에 명소로만 몰려드니 코로나 시대에 피해야 할 밀집과 밀접을 피할 수 없다. 봄꽃보다 봄날의 숲을 찾아가는 여행을 제안한다. 여행을 좀 뒤로 늦추고 신록이 피어나는 때에 맞춰 연초록 숲을 찾아가길 권한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부담 없이 호젓한 공간 속에서 마음껏 자연을 누릴 수 있다. 팬데믹의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하는 자연에서의 시간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봄이 좀 더 무르익은 뒤에 찾아가 볼만한 호젓하고 조용한 숲을 소개한다.


# 전남 장성 축령산의 휴양림은 ‘울창하다’는 표현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90여만 평의 산에 훤칠하게 솟은 삼나무와 편백나무들이 가득 차 있는데,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빽빽한 숲이다. 이 숲에 들어서면 한 번의 호흡만으로도 도시생활에서 묻혀온 먼지 따위는 다 날아가 버릴 것 같다. 상쾌한 박하 맛이라고나 할까.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몸과 마음을 맑게 헹궈 준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헐벗은 산을 지금의 모습으로 일궈낸 사람은 고 임종국 선생이다. 평생을 바쳐서 596ha에 25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꿔 거대한 숲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선생’의 칭호가 어색하지 않다. 가뭄이 들면 온 가족이 물지게를 지고 비탈진 산을 오르내리며 나무에 물을 줬다는 믿기 어려운 일화도 전한다.

축령산의 편백나무숲 트레킹 코스는 다양하다. 차량이 교행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임도를 중심으로 솔내음숲길(2.2㎞), 산소숲길(1.9㎞), 건강숲길(2.9㎞), 하늘숲길(2.7㎞) 등의 이름표를 단 길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 강원 삼척의 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양무장군과 그의 부인 이씨의 묘가 있는 곳으로 조선왕조 건국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이곳의 송림은 조선 시대에는 왕실이 보호했고, 근래에는 전주 이씨가 문중림으로 관리해 훼손을 막을 수 있었다. 준경묘는 비탈진 산길을 1.8㎞나 들어가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꼭꼭 숨어 있지만, 한눈에도 최고의 명당자리라는 느낌이 온다. 이른 새벽 혹은 비나 눈이 온 직후 운무가 가득할 때 신비한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양무장군의 아들 안사가 “이 자리에 묘를 쓰면 5대 후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노승의 말을 듣고 이곳에 묘터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준경묘 주위에는 장쾌하게 솟은 금강송들이 쭉쭉 뻗어 있다. 일대의 금강송은 남대문 복원작업의 서까래감으로 쓰이기도 했다. 조선 말기 경복궁은 이곳의 소나무가 쓰였다. 진입로 계단 부근에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수령 100년 된 소나무는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과 혼례를 맺었다는 부인 소나무. 준경묘는 전주이씨 실묘로는 가장 오래된 시조묘로 매년 4월 20일 전주이씨 문중에서 제례를 올린다.




# 태안의 안면도는 소나무가 유독 많다. 섬 전체가 소나무숲으로 덮여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안면도 일대는 고려 시대부터 왕실에서 특별관리해온 왕실림이라는데, 안면도에서도 가장 잘 보전된 소나무숲이 안면도 휴양림으로 개발돼 있다. 소나무만으로 이뤄진 휴양림은 전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소나무들이 뿜어내는 기운으로 휴양림으로 들어서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 정도다. 솔숲 사이로 부는 바람이 그렇게 청명할 수 없다.

휴양림의 솔숲을 걷는 산책로는 3.5㎞ 남짓.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에 딱 좋은 정도의 거리다. 산책로는 수령 100여 년 안팎의 소나무 사이로 이어진다. 한낮에도 좋지만, 솔숲 사이로 햇볕이 비껴드는 이른 아침에 산책하는 것이 훨씬 더 운치 있다. 살짝 안개라도 덮인다면 소나무들이 수묵화에 그려진 나무를 방불케 한다. 솔숲 사이에 호젓하게 들어선 휴양림 숙소 ‘숲속의 집’은, 한 번 보면 누구든 꼭 한번 묵고 싶다는 생각이 들 법하다. 숲속의 집은 다른 국립휴양림과 마찬가지로 매월 1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달 이용예약을 받는다.


# 전북 전주에서 남원으로 가는 17번 국도가 지나가는 전북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에는 거대한 편백숲이 있다. 1976년 마을주민들이 뒤편 산자락 85만9500㎡(26만여 평)에 10만 그루의 편백나무를 제 손으로 심어 기른 곳이다. 편백 숲 한가운데는 삼림욕장도 마련돼 있다. 편백숲이 좀 성글어진 곳에 나무 덱을 놓고 휴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다. 보통 삼림욕장에 들어서면 걸으면서 숲의 기운을 빨아들이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돗자리를 펴고 머물면서 나무 향을 즐긴다. 잠깐 누워 낮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고, 책을 펴든 이도 여럿이다. 이 청량한 숲을 걷고만 가는 게 아쉬워서인지 공기마을을 찾은 이들은 편백숲을 ‘걷는 숲’이라기보다 ‘머무는 숲’으로 누린다.

편백숲 산책로는 삼림욕장을 지나 마을로 원점 회귀하는데, 마을에 당도하기 직전에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유황편백탕이 있다. 파이프를 박아서 유황이 섞인 지하수를 끌어올린 곳인데, 지하수는 온천수가 아니라 찬물이다. 산책로를 다 걷고 난 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는 게 순서다.

글·사진 =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강원 삼척 준경묘의 늘씬한 소나무숲. 충남 태안의 안면도휴양림의 솔숲. 전북 완주 공기마을의 편백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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