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월배(오른쪽) 교수가 2017년 중국 랴오닝(遼寧)성 뤼순일아감옥구지박물관 앞에서 안중근 의사 증손자 안도용(왼쪽) 씨와 기념 촬영한 모습. 김월배 교수 제공

안의사 순국 111주년 앞두고 신간 펴낸 김월배 하얼빈대 교수

“안의사 유골 누워있는 침관 모양
지표투과로 땅 안파고 발견 가능
그뒤 후손DNA와 비교하면 정확

‘광복되면 조국에 묻어달라’부탁
유언 지켜드리는 것이 우리 도리”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시 이를 확증할 단서는 ‘침관(寢棺)-후손 DNA-파란 유리병-단지(斷指)’ 4가지입니다.”

중국 현지에서 안 의사 유해발굴 활동을 해온 김월배(54) 하얼빈(哈爾濱)대 이공대학 교수가 오는 26일 안 의사 순국 111주년을 앞두고 최근 펴낸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참 평화의 길이다’(걸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주살한 하얼빈에서 6년, 순국지인 뤼순(旅順)에서 6년, 인근의 웨이하이(威海) 하얼빈대 이공대학에서 4년, 모두 16년간 중국 현지에서 유해발굴 활동을 해왔다.

김 교수는 1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의사 관은 직사각형 침관인 데 비해 뤼순감옥 대부분 죄수의 관은 웅크린 유골 형태의 원통형 관이며, 안 의사 후손 DNA로 유전자 감식이 가능하다”며 “뤼순의 관동도독부 감옥법에 따라 사망자의 관에 이름을 적은 파란색 유리병을 함께 묻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1909년 3월 초 단지동맹 때 왼손 넷째 손가락(약지) 첫 관절을 자른 단지가 결정적 단서”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의 안 의사 매장 추정지는 2008년 유해발굴을 시도한 원보산, 뤼순감옥 단독발굴을 시도한 소포태산, 다롄(大連)시 정부지정 뤼순일아감옥구지(旅順日俄監獄舊址) 박물관 공동묘지 3곳이다. 김 교수는 “소포태산은 중국에서 이미 발굴한 생토로 덮인 흙산이며, 원보산은 2008년 힐원아파트가 들어서 발굴이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뤼순일아감옥구지 박물관에서 동쪽으로 1.2㎞ 떨어진 공동묘지인 둥산포(東山坡)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밝혔다. 안 의사 매장지의 확증적 사료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안 의사 유해발굴에는 남북한과 중국, 일본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땅 꺼짐 현상, 맨홀을 조사할 때 사용하는 지표투과레이더(GPR) 조사 방식으로 땅을 파지 않고 뤼순감옥 묘지를 조사하면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침관 형태가 허물어졌다고 해도 안 의사의 유골은 누워 있는 상태기 때문에 다른 죄수들의 유골과 구분된 침관 모양을 발견한다면 바로 땅을 파 유골을 수습, 후손들에게 확보해 놓은 DNA 유전자 검사를 하면 가장 정확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안 의사 유해발굴은 반드시 해야 하고 111년 전 ‘광복이 되면 조국에 묻어달라’고 하신 안 의사의 마지막 유언을 지켜드리는 것은 후손인 우리의 도리이자 주권국가 대한민국 국민의 무한책임”이라며 “누가 뭐라 해도 저는 돈키호테처럼 앞장서서 안 의사 유해 찾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