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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윤석열 지지율 급등 배경에는
자유민주주의 걱정하는 민심
국유화 우려 부르는 온갖 增稅

1가구1주택法에 의결권 제한
상속재산 몰수하자는 청년稅
경제자유 못 지키면 국가 참사

현 정권이 집권 초기에 내놓은 헌법 개정 초안에서 제거하려던 자유민주주의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의 표명의 변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는 물론 민주주의를 내건 유사 보수나 유사 단체와도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취임식이나 각종 검찰 행사에서 일관되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가 헌법 체제의 핵심임을 선언해 왔다. 그렇기에 검찰 조직을 떠난 개인으로서의 행보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퇴임 후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선 것도 자유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화답한 결과인 듯하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희생하는 전체주의를 배격하며, 민주주의는 왕정이나 일당독재와 같은 권위주의를 배격한다. 우리 헌법 전문과 본문에 담긴 자유민주주의는, 헌법재판소도 ‘국가기관과 국민이 지켜야 하는 최고의 가치 규범’으로 판결했다.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 민주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자유주의가 전제돼야 한다. 자유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개인의 기본권, 특히 사유재산권은 권위주의와 전제주의를 타파하는 혁명과 투쟁의 결과다. 16세기 들어 아시아를 추월하기 시작한 유럽의 생활 수준은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산업혁명은 사유재산권 보장, 임금·물가 등을 결정하는 시장경제 논리, 자본·에너지 집약적 새 기술을 수용하는 경제적 유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유주의 이념이 실현되는 사회제도인 자유시장경제는 자원이 생산적으로 사용되는 효율적인 제도로, 개인적으로 이익인 행위가 사회적으로도 이익인 구조를 만들어낸다. 경제자유지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국민소득도 높다는 사실을 각종 통계가 보여준다. 한국도 경제적 자유가 있었기에 경제적 번영을 넘어 시민적 자유를 성취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작금의 심각한 사유재산권 침해와 민간 영역의 과도한 국가 개입이, 잊고 살았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의 가치를 소환했다. 최고 세율 인상도 모자라 협력이익공유제 등으로 기업을 쥐어짜고,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제약하는 등 걸핏하면 재산권을 침해한다. 국가가 각종 증세(增稅)로 개인재산을 국유화해 직접 자원을 배분하려는 사회주의나 파시즘적 조짐도 보인다.

현 정권 출범 후, 역대 최다 횟수의 시장 통제와 징벌적 과세 중심의 부동산 정책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급기야 공공개발지역 주택의 현금 청산이나 전대미문의 ‘1가구 1주택’법까지 발의됐다. 상속세를 폐지해 가업 승계를 장려하진 못할망정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도 모자라 상속·증여를 4억 원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몰수해 청년 기본자산제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발상도 나왔다. 청년들이 재산 축적을 위해 노력해야 할 유인을 없앰으로써 나중에는 상속세를 낼 재산과 재원이 아예 없을 게 뻔하다. 소득주도 경제정책의 실패로 늘어난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에서 청년세를 거둬 청년 일자리 사업을 하겠다고도 한다. 민간 부문에서 고용을 늘리는 유인책을 제공하려는 의지는 아예 없다. 기업을 조선 시대 집 밖에서 ‘공물을 납부하는’ 외거·납공 노비쯤으로 생각하면 기업은 도망 노비가 돼 사업장 또는 상장 거래소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경영 활동을 축소할 것이다. 일자리에는 부정적이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권을 잡았어도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재산권 침해로 자유주의를 해치면 곧 자유를 되찾기 위한 사회 갈등과 분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현 정권이 규제를 타파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기업 활동을 지원할 의사가 없다면 민간 스스로 자유시장 질서 침해의 풍파를 헤쳐 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국가의 과도한 시장 간섭과 사유재산의 국유화로 자유시장경제에서 피땀으로 쌓아 올린 성과가 무너지는 참상을 보기 싫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의 가치를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