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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대통령 ‘박범계 인사 농단’ 국민 앞에 밝힐 책임 있다

기사입력 | 2021-02-23 11:41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1월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항명성 사표를 냈을 때, 당시 야당 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성명을 내고 “국가의 기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면서 대통령 사과와 비서실장 사퇴를 요구했다. 나아가 “지금 청와대에는 위아래도 없고 공선사후(公先私後) 기본개념도 없다” “국가 운영 심장부가 비극의 만화경” “국민 절망의 화수분”이라고 비판했다.

이랬던 문 대통령이 신현수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 소동을 뭉개고 넘어가려 한다. 신 수석은 22일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계속 근무할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두겠다는 의미로도 비친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기강의 쑥대밭’이다. 이런데도 청와대는 “확실히 일단락됐다”고 한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전말을 소상히 밝히고, 국가 운영 심장부에서 기강 문란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검사장 인사를 발표하면서 신 수석은 물론 대통령까지 ‘패싱’했다는 ‘인사 농단’ 의구심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을 골자로 한 인사안을 발표하고 사후 결재를 받았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사실이면 김영한 파문 때보다 훨씬 심각한 기강 붕괴다. 박 장관은 22일 국회 법사위에서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과 관련,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자신은 ‘수사·기소 분리가 소신’이라고 했다. 장관이 대통령 뜻과 다른 소신을 대놓고 공개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한편, 22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선 임은정 대검 감찰연구관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냈다. 다음 달 공소시효가 끝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위증교사 의혹’ 수사를 위한 포석이다. 무혐의가 난 윤석열 검찰총장 연루설을 뒤지게 하겠다는 의도까지 보인다. 박 장관은 “수사권 갖기를 희망했다”고 했다. 본인이 원한다고 발령을 내는 것도, 그런 사실을 남 얘기하듯 말하는 것도 정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인사 농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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