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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막연한 ‘위로금 약속’은 선거법 위반

기사입력 | 2021-02-23 11:40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지난 19일 여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을 위로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보편적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4차 코로나 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느냐 보편 지원하느냐의 논의가 정리된 직후에 추가적인 지급을 약속한 것이다.

그동안 실시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 등 방역정책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면밀하게 준비된 게 아니었다. 문 정부는 왜 9시까지 영업을 제한했는지, 왜 업종별로 방역지침이 다른지, 왜 수도권의 일부 지역이 광역시보다 더 강한 영업 제한을 받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저마다의 사정이 다르고, 대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 할 것 없이 피해를 봤는데 이들을 어떻게 선별 지급하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선거하기 전에 지급해야 하므로 피해 조사도 못 하고 탁상공론으로 지원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효과도 없고 공평하지도 않은 선별 지원은 국민의 불만만 야기할 것이다. 이번 약속은 부실하게 마련된 선별지원이 선거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을 우려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가 어제 생긴 일도 아니고 1년 이상 국민을 괴롭혔다. 예산만 낭비하고 효과도 없는 보편 지원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선거 승리의 짜릿한 추억 때문인가.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2주 전에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이 소비 진작보다는 지지율 진작에 도움을 줬다는 판단 때문인지 묻고 싶다.

공직선거법은 금품 제공을 금지한다. 예산으로 지급하는 경우는 예외지만, 이때 예산은 국회의 논의 과정을 거쳐 도출된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다. 문 정부는 예산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4차 지원금 지급을 발표했고, 이번에 약속한 보편 지원금의 예산도 오리무중이다. 예산의 근거가 없으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고, 야당의 반대에도 지급했다면 권한 남용이다. 더욱이 지난해 본예산을 짤 때 충분히 예견해 논의할 수 있었던 문제를 굳이 추경으로 끌고 들어온 것도 문제다. 선거 전 추경 논의를 통해 선거 이슈를 잠재우려 했다면 이는 더 큰 범죄가 아닐까.

영업제한은 문 정부가 제멋대로 해놓고 국민을 위로한다는 발상 자체가 제왕적 자세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치주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그 틀을 형성해 왔다. 영국은 1628년 권리청원에서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재난지원금은 정부·여당이 주는 게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주는 것이다. 국민 동의 없이 마음대로 재정을 쓰는 일은 법치주의를 허무는 행위다.

재난지원금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재원 조달 방안이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300년 전 존 로는 사이비 현대통화이론처럼 돈을 풀어 국가채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프랑스 경제를 붕괴시켰다. 문 정부는 방만한 재정 지출로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조만간 국제기준인 국가채무 비율 60%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주가 버블 붕괴와 함께 국가채무 급상승이 초래할 재앙은 먼 훗날 얘기가 아니다. 무당의 말만 듣고 의사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불치의 병이라 했다. 보조금으로 모든 국민이 잘살게 됐다는 주장에 할 말을 잃는다.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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