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하나되어 자연의 사랑, 인간의 사랑…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오직 필요한 것은 따뜻한 사랑이다. 김영화 골프전문 화가

“명문 골프장이야?”

골퍼들이 골프장에 갈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명문(名門)이란 도대체 무슨 뜻일까. 뜻 그대로 살펴보면 이름 있는 문벌, 훌륭한 집안이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풀이하면 품격과 역사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골퍼들 사이에서 명문 골프장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그간 명문의 조건이었던 난이도, 샷 가치, 코스 상태, 역사성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요즘 골퍼들이 가장 많이 따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도덕성과 진정성이다. 왜일까. 요즘 여성 골퍼와 2030 젊은 골퍼들은 기존의 틀과 구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지나치게 정통적이고 보수적인 골프의 틀을 깨고자 함이다.

많은 골퍼가 코로나19 확산 후 일부 대중골프장의 상술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무리하게 이용료를 올렸다. 말로는 문화와 자연이 숨 쉬는 공간, 명문의 향기가 흐르는 곳이라면서 가격만 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퍼와의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을 통해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골프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세상은 이미 변했다. 소비자가 결정하는 시대에 와 있다. 그런데 일부 골프장은 아직도 모든 것을 자신들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리먼 금융사태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리고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반면 도덕성과 골퍼의 진정성에 다가가려는 골프장은 더 많다. 그중 충북 충주의 센트리움골프장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골프장 이용료를 올리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늘어난 골퍼만으로도 감사한데 기회를 틈타 이용료를 올리는 것은 항룡유회(亢龍有悔·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함)라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지난해 이익금 수십억 원으로 코스 곳곳을 재단장하고 있다. 얻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곳 골프장은 멀리 부산에서도 골퍼가 온다.

언제 음지와 양지가 변할지 모른다. 지금 골퍼들은 골프장의 도덕성과 골퍼를 위한 진정성을 바라고 있다. 분명한 것은 칭찬하는 손님보다는 침묵하는 손님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골퍼에게 최소한의 도덕적 배려를 하지 않는 골프장들은 언젠가는 그 여파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지금 2030의 젊은 골퍼들은 합리적인 요금으로 골프를 칠 수 있는 곳을 진정한 명문 골프장으로 여긴다. 물욕보다 사람 냄새 나는 그런 인간적인 골프장을 요즘 골퍼들은 이 시대의 진정한 골프장이라고 말한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