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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中 人治 드러낸 마윈 사태

김충남 기자 | 2021-01-14 11:42

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12일 장쑤(江蘇)성 난퉁(南通)시를 찾아 청나라 때 기업인 장젠(張건)을 호명했다. 시 주석은 “그는 사업·교육·의료·사회공익사업으로 군중을 돕고 고향을 부유하게 한 중국 민영기업가의 선현(先賢)이자 모범”이라고 극찬했다. 300억 달러(약 33조 원)의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로 전 세계가 주목한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이 중단된 지 1주일여 만이다. 앞서 10월 말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전 회장은 금융 당국이 핀테크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시 주석의 최측근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금융안정위원회는 곧바로 금융 위험 방지와 핀테크 분야 전면 감독 확대를 의결했다. 런민(人民)은행과 은행보험감독위원회 등 중국 규제 당국은 11월 2일 마 전 회장과 앤트그룹 경영진에 대해 ‘군기 잡기’용 웨탄(約談)도 진행했다. 감독 당국은 기업이익만을 앞세운 앤트그룹이 중소기업과 젊은층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온라인 대출을 늘려 금융 리스크를 키운다고 몰아붙였다. 일련의 과정을 보고받은 시 주석은 감독 당국의 손을 들어주며 앤트그룹 상장 중단 조치를 최종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 전 회장은 이후 2개월 넘게 잠행 중이며, 실종설이 돌고 있다.

시 주석과 마 전 회장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시 주석은 2015년 중국 증시 폭락 사태가 벌어지자 이를 외국 투기자본의 농간으로 보고 외국자본의 방파제 역할을 할 국내 인터넷 대기업을 더욱 지원할 필요성을 느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은 사실상 ‘독과점’ 지위를 누리며 승승장구했다. 2018년 12월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마 전 회장은 디지털 경제 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시 주석에게 표창을 받았다. 그 사이에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인터넷 결제, 소액 대출, 물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중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마윈 제국’을 형성했다. 하지만 거침없는 마 전 회장의 입이 사고를 냈다. 10억 명에 달하는 방대한 소비자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과시해온 마 전 회장이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정부를 정면 비판해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마 전 회장은 2016년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외국 주요 지도자들을 접견해 시 주석의 눈 밖에 나기도 했다. 글로벌 유명 인사로서 정치적 영향력까지 커진 셈이다. 라나 미터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마윈 사태는 중국에서 중국 공산당보다 더 큰 기업이나 개인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말 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반독점 강화와 자본의 무분별한 확산 방지가 필요하다”며 알리바바에 대한 압박 명분으로 내세웠다. 사회적 책임감보다는 사익에 눈먼 사업가로 마 전 회장을 낙인찍으며 청말 애국 기업가 장젠을 대안 모델로 소환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대외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마윈 사태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에서 법치가 아닌 ‘인치(人治)’가 더욱 강력해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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