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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행동 따로’ 文·秋의 공정성 궤변

기사입력 | 2020-12-07 11:36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옛날 중국 서진의 손초는 평소에 자신을 과시하기 좋아했다. 어느 날 친구들에게 자신은 이제부터 속세를 떠나 산중에서 은거하면서 “돌로 양치질하고 물을 베개 삼겠다(漱石枕流·수석침류)”며 호기를 부렸다. 친구들이 “흐르는 물로 양치질하고 돌로 베개 삼는 것 아니냐(枕石漱流·침석수류)”고 물었더니, 자신의 실언을 인정하긴커녕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 것은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씻기 위함이요, 돌로 양치질한다는 것은 이를 단련하기 위해서다”라고 억지를 부렸다. 손초처럼 잘못을 인정하긴커녕 억지를 부리는 사람을 가리켜 ‘수석침류’라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행태가 손초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무리수로 민심을 혼란스럽게 한 데 대해 깨끗이 잘못을 인정하면 될 것을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또다시 ‘즉시항고’하는 추 장관의 행태는 억지를 넘어 거의 몽니에 가깝다. 추 장관의 무모한 질주에도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가 부당하다며 사표를 낸 고기영 법무부 차관 후임으로 이용구 변호사를 곧바로 임명하는 것을 본 국민은 추 장관의 질주 배경에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추 장관에게만 쏠렸던 비판적 여론이 이로 인해 대통령에게 옮겨지는 상황이 됐다. 민심 이반을 우려했는지 문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원회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즉각적인 법무부 차관 임명을 통해 전격적인 징계위원회 개최를 추진하던 청와대와 법무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절차적 공정성’ ‘윤 총장의 방어권 보장’ 등을 운운하지만, 진정성을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가 원천적으로 위법·부당함은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법원의 집행정지와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만장일치 철회 요청이 이를 반증한다. 법무차관으로 임명된 이 변호사는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의 핵심 혐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이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법무차관에게 징계위원장을 맡기지 않도록 하여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징계위원이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윤 총장 측이 받은 징계 관련 서류도 신문 기사 스크랩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절차적 공정성과 정당성을 운운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처사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정말 문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존중한다면 지금 청와대와 여당이 취할 수 있는 출구전략은 단 하나다. 우선, 대통령이 지금의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또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당장 중단·철회해야 한다. 물론 추 장관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 해임하고 법무부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 윤 총장 역시 법률과 원칙에 따라 라임·옵티머스 사건,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월성원전 사건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이른바 자신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이뤄진 상황에서 ‘검찰개혁’과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이 사태를 덮으려 한다면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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