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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부동산 분야에 관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국민은 작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전세대란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정부의 무능을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아파트 전세 부족으로 중산층 무주택자들이 아우성인데 정부는 비(非)아파트가 대부분인 11만4000가구 공급을 전세 대책이라고 내놨다. 그야말로 동문서답(東問西答)이다.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책이다 보니 급기야 국민을 세뇌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그 세뇌작업이 가관이다. 먹히지 않을 정책을 들이미는 것도 참기 힘든 국민에게 문 정부 인사들은 상식 밖의 언사를 내뱉으며 복장을 뒤집어놨다. “호텔 방이 살기 좋다” “임대주택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버려라” 등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늘어놓는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발언은 그중 압권이다.

이런 발언을 오래지 않은 과거에도 본 적이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 출혈 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며 본인은 강남 아파트에서 딸을 의사 만들려 갖은 애를 썼다. 내면의 인지 부조화는 문 정부 인사들의 공통된 증상이다. 임대주택이 좋고, 매입임대 빌라가 좋다면 본인들은 왜 거기서 진즉 살지 않았나. 공자는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했다. 자기가 좋지 않다고 여기면 당연히 남들도 그렇게 여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주상복합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했다. 이 정부가 하지 말라고 노래를 부르는 전형적인 갭투자 형태의 매입이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진선미 의원은 강동구 신축 아파트에 반전세를 살고 있다. 말은 진보지만, 본인들 행동은 수구·기득권 뺨친다.

사실 1년 전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했을 때 어떤 특단의 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도 했다. 전 국민 앞에서 약속했으니 최소한 지키려 노력은 할 것이란 기대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은 그냥 허언·식언을 한 모양새다. 필자와 친한 내부 공무원은 대통령의 약속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절대 달라지지 않고, 집값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근거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 정부의 어떤 이도 집값이 떨어지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념·진영논리 이런 것이 부동산 정책을 망가뜨린 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미 정부·여당 인사들이 부동산으로 이익을 보는 기득권인데, 자신의 자산가치를 떨어뜨릴 정책을 펼칠 이유가 없다. 말로만 서민을 위할 뿐 실제는 서민을 더 고통스럽게 몰아세우는 게 이 정부의 본질이다. 임대차 3법으로 지난 분기 소득 하위 20%의 주거비 부담이 잘사는 사람보다 더 늘었다는 통계청 수치는 이들의 위선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부끄럼도 모르는 이들의 정책에서 국민은 이제 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