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사례는

러시아·스페인·호주 등 활용
MIT 연구팀 “취약점 발견돼
해커가 변경·중지 가능” 경고

첨단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투표가 미국, 러시아, 스페인, 호주, 에스토니아 등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자투표가 빠르게 보급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 전자투표 관련 기술이 갖는 해킹·변경·노출 등의 취약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일 해외 언론에 따르면 전자투표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개발·실행되고 있다. 유럽 정보기술(IT) 강국인 에스토니아에서는 전자정부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전자투표를 구축해 수년 전부터 투표에 활용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전자투표를 가장 안전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판단하고 세계 최초로 총선에도 전자투표(i-Voting)를 도입했다. 전자투표는 선거일 10일 전부터 4일 전까지 실시하는데 국민의 30% 정도가 참여했다. 실시간 온라인 전자투표의 장점을 활용해 종료 시점까지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 보안에서 완벽하게 안전한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해진 결과물이다.

특히 스페인, 호주 등에서는 정책 결정에 블록체인 기반 투표를 사용하는 정당들도 있다. 호주의 플럭스(Flux) 정당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당원들이 모든 정당 사안을 전자투표로 결정하는 등 정치 참여 기회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표현을 통해 진정한 정치적 힘의 분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 집권당도 지난해 3월 통합러시아당(United Russia)이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했다. 러시아에서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가 시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12월 러시아 남부의 사라토프주에선 4만 명의 유권자가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 시스템을 통해 투표권을 행사했다.

미국에서도 블록체인을 이용한 전자투표로 2018년 웨스트버지니아주 부재자투표와 이번 미 대선 유타주의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했다. 올해 미국 대선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자투표가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지만, 일반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전자투표는 해킹 위험성 때문에 실제 활용이 불가능했다.

반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보아츠(Voatz)’ 앱은 투표 결과가 조작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워 실제 활용됐다. 보아츠 앱은 신분증 등록 및 얼굴 인식 시스템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유권자가 앱에서 투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전자투표 시스템이다. 2018년 상용화돼 같은 해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부재자투표에 처음 활용됐다. 유타주도 지난 5월 이 앱을 이용해 공화당 전당대회 예비경선 선출 투표를 진행했다.

반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보아츠 앱에서 해커가 개별 사용자의 투표를 변경·중지·노출할 수 있는 취약점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또 “해커가 유권자들의 전자투표를 바꿔치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