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브라이언 게이, 버뮤다챔피언십 짜릿한 역전 우승

8년 만에 정상 탈환… 통산 5승
“내 딸 또래 선수들… 정말 잘한다”

비거리 288야드 162위 그쳤지만
놀라운 퍼팅·탁월한 스크램블링
20여년 투어카드 유지한 ‘성실파’

49세인 브라이언 게이(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개인 통산 5번째 우승컵을 품었다.

게이는 2일 오전(한국시간) 버뮤다 사우샘프턴의 포트 로열 골프 코스(파71)에서 열린 버뮤다챔피언십(총상금 400만 달러)에서 짜릿한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게이는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2개를 묶어 7언더파 64타를 쳐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일정을 모두 마쳤다. 게이는 22살 아래인 윈덤 클라크(미국)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고 18번 홀(파4)에서 열린 연장 1차전에서 약 3.5ｍ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파에 그친 클라크를 제쳤다. 게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휴식기를 거쳐 PGA투어가 재개된 지난 6월 찰스슈와브챌린지부터 11개 대회에 참가, 9차례 컷 탈락했지만, 버뮤다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게이는 1999년부터 PGA투어에서 활동했고, 시드를 단 한 번도 잃지 않았다. 22시즌 연속이다. 게이는 버뮤다챔피언십을 포함해 602대회에 출전했다. 2013년 1월 휴매너챌린지 우승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다. 게이는 우승 직후 “엄청난 경기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몰랐다. 아직 뛸 경기가 많다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다. 나 자신을 의심하기는 쉽다. 선수들이 정말 잘하고 아주 어리다. 내 딸 또래인 선수가 많다”고 밝혔다.

다음 달 만 49세 생일을 앞둔 게이는 20∼30대 젊은 선수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20∼30야드나 짧다. 게이는 지난해 평균 비거리 288.5야드로 전체 162위였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어선 요즘 290야드도 안 되는 게이가 투어에서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정확도 높은 샷. 게이는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짧지만, 놀라운 퍼팅과 스크램블링 실력으로 쇼트게임에 강하다. 아울러 철저한 자기관리로 젊은 시절 못지않은 체력과 정신력을 유지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립대 출신인 게이는 1994년 프로에 입문했고 1999년 PGA투어에 합류했다. 메이저대회 성적은 초라한 편. 지금까지 25차례 메이저대회에 참가했지만 톱10은 단 한 번도 없고 PGA챔피언십과 US오픈에서 11차례씩 공동 20위에 오른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마스터스엔 두 차례 출전, 2010년엔 컷 탈락했고 2013년 공동 38위에 자리했다.

성적이 좋지 않아 게이는 퀄리파잉(Q)스쿨도 수차례 치렀다. 1998년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했지만, 이듬해 PGA투어 상금순위 125위 이내에 들지 못해 다시 Q스쿨을 치렀다. 이때 최경주와 함께 통과했다. 게이는 이후 2013년에 세 번째 Q스쿨을 통과했다. 1971년 12월 14일생인 게이는 내년 말 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투어 진출을 앞두고 있지만, 이번 우승으로 PGA투어 카드를 2023년까지 연장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