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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검찰개혁 이은 ‘공정경제’ 3법
善惡 프레임으로 기업 공격해
‘北의 군사도발’에 비유하기도

기업의 부도덕성 강조하면서
노동개혁엔 편향적 침묵 일관
오너에게서 경영권 박탈 의도

먼저 개념 정리부터 하자.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개혁’이라는 용어가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다. 그래서 검찰 개혁만 성공하면 이 나라는 정의(正義)가 강물처럼 흐를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믿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떤가. 이 정권이 공들여 개혁한 지금의 검찰은 목불인견의 처참한 광경이다. 펀드 게이트 등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팀을 공중분해시키고 대신 ‘앞잡이’ 검사들을 그 자리에 앉혔다. ‘밉보인’ 검사는 올 들어서만 36명이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다. 검찰총장은 식물총장이 돼버렸고, 그와 한 팀이었던 검사장은 일 년에 무려 3번이나 좌천 인사를 당해야 했다. 그들이 말하는 검찰 개혁으로 이 나라의 법은 목 졸려 죽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공정(公正)경제’를 들고나온다. 검찰 개혁을 지켜봤다면 그 실체를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어느 논객은 공정경제 3법은 기업을 위한 법이라고 애써 말한다. “경영권을 흔드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특히 ‘전혀’를 강조한다. 상법개정안에 들어 있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두고 “새삼스럽게 투기자본의 위협이라니 엄살이 지나치다”며 비난까지 한다. 그러나 적진(敵陣)이나 헤지펀드에서 밀어 넣은 감사위원의 등장으로 인한 기업의 존재적 위협은 애써 묵살하고 있다. 적 스파이를 같은 테이블에 앉혀놓고 경영 전략을 수립하라고 명하는 것과 같은 데도 말이다.

게다가 3% 의결권 제한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요, 헌법 정신 위반이다. 재산권 침해 가능성은 다중대표소송에서도 반복된다. 어느 논객은 자회사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를 끼쳐 모회사까지 피해를 볼 경우, 손해를 입은 이사들이 소송하는 것이라 기업인이 아닌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주식을 100% 보유하는 완전 자회사로 단서를 붙인 것은 자칫 자회사 지분을 소유한 타인의 재산권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서다.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야말로 주식회사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궤변일 뿐이다. 174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에 ‘정치 민주화’를 위해 100석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법은 왜 못 만드는가. 이야말로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를 위한 법인데.

어느 논객은 공정경제 3법을 말하면서 주요 상장 대기업들의 경영권을 모두 몇몇 가문이 세습하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말한다. 왜 기업 아닌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가 하는 속뜻이 담겨 있다. 불행히도 기업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진화할 뿐이며, 공통점이 있다면 그저 기업의 성패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여전히 대기업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이유는 그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이 지금처럼 풍요롭게 사는 것도 바로 이들 기업 덕분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대기업을 책임지고 있는 재벌 3세, 4세들이 지금과 같은 경영실적을 올리지 못할 경우 그들은 국민이 원하든 원치 않든 스스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국민 생존과 국가 이익에 기여하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할 뿐이다.

그런데도 사회 일각에서는 ‘오너 경영자’들의 부도덕성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유(類)의 공격이야말로 재벌 3, 4세에 대한 일반화 내지 덮어씌우기의 단골 메뉴다. 심지어 어느 논객은 “총수 일가의 자의적 경영이 북한의 군사 도발보다 더 심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라는 무책임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세상이 그렇듯 오너 경영자도 여러 형태다. 그 안에는 ‘악덕 자본가’도 있을 것이다. 그 논객의 희망과 달리 악덕 자본가가 있다면 다른 쪽에는 ‘악덕 노동자’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공정 경제를 외치는 논객일수록 한국경제의 목을 조르는 노동시장의 현실과 개혁에 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경이로운 일이다.

전 고려대 교수이며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쳐 현 중국 대사로 재임 중인 장하성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벌 개혁’ 전선에서 명성을 날리던 장본인이다. 그가 최근의 교육부 감사에서 학교법인카드를 강남 유흥업소에서 흥청망청 쓴 사실이 적발됐다. 그러자 대학 커뮤니티에 ‘재벌에게는 한없이 가혹하지만, 본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분’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대한민국 공정경제론의 실체를 폭로하는 슬프고도 웃기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