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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해외 여성 지도자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공감 능력과 유연성, 솔직함 등을 앞세우는 여성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독일을 10년 이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여성 지도자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나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등이 젊음과 거침없는 추진력 등을 무기로 저마다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묵묵하고 진지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에도 돋보였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독일 인구의 최대 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밝히며 상황을 축소하려 들지 않았다. 과학자 출신이 갖는 경험 지식을 활용하면서도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핀란드의 마린 총리는 교통부 장관 출신으로 핀란드에선 세 번째 여성 총리다. 그의 리더십 또한 코로나19 위기와 맞부딪치며 빛을 발했다. 한국 등 아시아 항공편을 대부분 중단하며 나라 문을 걸어 잠그는 강경책을 폈다.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부족 등 의료 물자 대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핀란드에선 마스크가 원활하게 공급돼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2017년 당선된 뉴질랜드의 아던 총리는 지난 3월 21일 총리 집무실에서 발표한 8분 분량의 대국민 성명으로 국민의 호감을 샀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4단계 대책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며 혼란을 줄이는 동시에 국민의 아픔에 공감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2019년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이슬람 사원을 대상으로 테러가 발생했을 때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사건을 두고 그는 “이것은 명백한 테러다. 우리는 이 공격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라며 강단 있는 면모를 보였다. 아던 총리는 2018년 태어난 지 3개월 된 딸과 함께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등 여권 신장을 위한 행보도 하고 있다.

여성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가 남성 지도자를 둔 나라보다 코로나19에 기민하게 대응해 인명 피해를 줄였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리버풀대의 경제학자 수프리야 가리키파티 교수는 최근 한 연구 보고서에서 “여성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측면에서 남성 지도자가 있는 나라보다 잘 대응했다”면서 “선제적이고 조직적인 정책 대응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