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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공격 소동 본질은 중국의 오만

기사입력 | 2020-10-16 11:51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지역연구센터장

중국 네티즌들의 감성적이고 편협한 애국주의(쇼비니즘)가 한류의 자부심이자 세계 문화의 아이콘인 방탄소년단(BTS)을 공격하고 나섰다. BTS가 어느 수상 소감에서 6·25전쟁을 언급하면서 (한·미) 양국이 공유하는 고통의 역사와 수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언제나 기억할 것이라고 한 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중국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이유다. 중국을 직접 지칭하지도 않았고, 중국의 제도·주권·영토 등과 관련된 ‘핵심이익(core interest)’ 문제도 아닌데 과도한 민족주의가 여과 없이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중국 네티즌의 절제되지 않은 의견을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 환추스바오(環求時報)가 보도하는 주도하는 전형적인 애국주의 여론전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심리전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BTS와 관련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관련 제품 출시를 미루는 등 당황하고 있다. 문제 영역과 관계없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14억 시장’이나 강대국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강력한 압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패턴의 전형이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색채가 옅은 BTS가 공격이 대상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가장 근본적인 흐름은 중국이 세계적인 국가로 부상했고, 더는 자신들의 힘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중국의 꿈(中國夢)’을 앞세운 시진핑 체제에 미국은 종국적으로는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중국의 힘을 대외적으로 투사하는 형태로 나타났고, 중국인들도 과거와는 달리 힘을 과시하는 데 적극적이다. 최근 일련의 국가 분쟁에서 경제력을 무기로 상대방을 굴복시킨 경험들 역시 이번처럼 왜곡된 집단 역량 과시에 이용되기도 한다.

둘째, 가장 직접적으로는 최근의 미·중 갈등 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미국의 무차별한 압박에 피해를 보고 있는데, BTS의 한·미 관계 강조는 미국 편을 드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6·25전쟁에 대한 한·중 양국의 역사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전쟁을 중국은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며 궁극적으로 미국과 대결한 국가 보위(保衛) 전쟁으로 인식한다. 특히, 최근 미·중 갈등이 격해지자 항미원조 관련 영화나 드라마를 다량 제작해 미국과의 대결 불사를 고취하고 미국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와도 맞물려 있다.

셋째, 중국의 획일적인 여론 조성 행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인터넷과 언론에 대한 통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홈페이지가 분홍색이어서 ‘소분홍(小粉紅)’으로 불리는 애국주의 청년 네티즌들의 의견을 환추스바오라는 매체가 나서면서 비이성적인 분노와 분열이 조장되는 일종의 선전전(宣傳戰)으로 바뀌는 패턴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신들의 역사관과 발전 노선·사회 제어 능력을 운영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적어도 6·25전쟁은 대한민국의 북침으로 시작됐다고 잘못 배운 중국인들이, 인민해방군이 대한민국에 총부리를 겨눴다는 사실을 안다면 BTS 공격은 그야말로 난센스다. 서방 언론들이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와 기업 활동에 대한 ‘정치적 지뢰’를 왜 강조하는지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경직된 애국주의는 세계적 국가 중국의 등장에 전혀 유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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