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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언론 악법案 폐기해야 한다

기사입력 | 2020-10-13 11:34

지성우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 2020년도 ‘철우언론법상’ 수상자

언론 자유 무제한적 아니지만
국가의 제한은 최소한 그쳐야
誤報 책임은 ‘잘못한 범위內’

商法에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
가짜뉴스를 국가기관이 판단
표현 자유 억압은 독재자 행태


1980년대 중반에 출간돼 지금도 현대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 역작으로 평가받는 ‘강대국의 흥망’에서 폴 M 케네디 교수는 경제적 자유주의에 기반한 경제성장과 다양한 사상과 지식의 자유가 강력한 군사력을 형성한 강대국을 건설하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군사력의 확장은 필연적으로 경제성장과 자유를 가로막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이 쇠퇴했다면서 넌지시 미국 등 몇몇 국가의 쇠퇴를 예언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초일류 국가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 이유를 조지프 나이와 로버트 코헤인 교수는, 군사력과 함께 사상과 표현 및 이민의 자유에 기초한 유연한 문화정책을 구사함으로써 연성권력(soft power)을 통해 끊임없이 세계적 유대와 가치를 창출하고 전파해 온 데서 찾는다.

위기 상황이 상존하는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활동도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유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혹시 정부의 조직과 활동이 잘못된 곳은 없는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외부의 여론을 부지런히 수렴해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다.

언론의 자유 역시 다른 모든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결코 무제한적인 게 아니다. ‘가짜뉴스’(허위 조작 정보)를 의도적으로 전파한 언론사는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법치국가의 기본권 이론에 따라 원칙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하고, 국가의 제한은 최소한으로 억제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언론사도 의도적으로 전파한 가짜뉴스나 제대로 팩트 체크를 하지 않은 오보(誤報)의 경우에는 책임을 부담하되 현행 헌법과 민법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통상 우리 민법 제750조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자신이 잘못한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시킨다.

그런데 최근 ‘언론사’가 ‘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전파한 경우에는 이 책임을 대폭 강화해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한다고 한다. 엉뚱하게도 언론법 학자들에게는 매우 낯선 상법 개정안을 통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19개 법률에 흩어져 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으로 규정해 일반 분야로 확대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언론사도 다른 일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이 돼 오보에 대한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되면 손해배상액의 5배 내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법무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거나 악의적으로 왜곡된 보도를 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법무부의 이 답변 자체가 명백한 가짜뉴스이자 해외의 언론학자들이 혹시나 알게 되면 비웃음의 대상이 될 말이다. 마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언론 통폐합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비민주적인 법률안을, 그것도 언론관계법이 아닌 상법에 규정한다니 정말 대한민국 건국 이후 언론법 입법 사상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내용과 절차’다. 더 나아가 이 문제와 관련된 몇 개의 여당발 법률안(정청래 의원안, 신현영 의원안)을 들여다보면 ‘가짜뉴스’ 여부에 대한 판단권을 국가기관이 행사하고, 심지어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도대체, 현대사회에서 강대국의 제1 조건인 ‘유연성과 표현의 자유’는 내팽개치고, 코로나19 사태로 도탄에 빠진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경찰 버스로 차벽을 설치하고, 약탈적 세금을 징수하면서도 세계로부터 존중받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묻고 싶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민의 민주주의를 위한 갈망과 처절한 외침은 ‘좌익’ 또는 ‘집단이기주의’라는 이름으로 부당하게 매도당해 왔다. 하지만 시대적 아픔에 대한 치열한 문제 제기는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루는 큰 자양분이 됐다. 그런데 민주화 투쟁은 1980년대에만 있었던 게 아니고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주의나 법치주의는 어느 한순간에 정지되고 완성되는 게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2020년 국민의 외침이 1980년의 정부 비판과 무엇이 다른가? 국민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하는 순간 자신도 독재자가 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소중한 헌법 가치를 짓밟는 반민주적 언론 악법안(案)들은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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