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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논단]

재택근무 뉴노멀 시대의 ‘뉴 매뉴얼’

기사입력 | 2020-09-25 11:50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디지털 매체를 통한 소통이 급증했다. 업무 공간과 주거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이 뒤섞였다. 일과 삶에서 공간과 시간, 소통의 개념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국면이 끝난 후에도 일상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재택근무와 다양한 형태의 원격근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은 중요한 기업 경쟁력의 하나가 될 것이며, 몇 가지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먼저, 기술적 능력이다. 정보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만, 속도와 용량이라는 양적 문제를 넘어 질적 전환이 요구된다. 다수의 조직 구성원이 실시간 쌍방향으로 언어적·비언어적 소통을 입체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그것이다. 팀 작업 같은 기업 내 협업뿐 아니라 기업 간의 가치 사슬, 나아가 비즈니스를 위한 협업과 정서적 인간관계 구축까지 가능해야 한다. 온라인 소통과 협업 도구는 빅데이터 축적을 가속할 것이고 신산업을 창출하면서 치열한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다음은, 소프트웨어 역량이다. 재택근무의 일상화는 업무의 내용과 분담, 절차와 수행 방식에서 ‘컴퓨터적 사고’를 요구한다. 연구·개발(R&D)과 경영관리뿐 아니라 음악·미술·문학, 영화와 드라마, 게임과 웹툰 제작 같은 창작 활동까지 디지털 도구를 통해 온라인 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적 사고와 코딩 능력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직종과 직업을 불문하고 언어 능력에 버금가는 핵심 역량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코딩교육 열풍이 로봇이나 블록 장난감 놀이로만 채워지는 한때의 추억거리가 돼선 안 된다. 정보교육이 컴퓨터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지 점검하고 거듭나야 한다.

이제까지 사회의 각종 제도와 법 규정은 구성원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는 전제에서 만들어졌다. 이제는 온라인 가상공간에서의 업무 수행을 전제로 근로계약과 취업 규칙, 인사 규정, 단체협약 등의 제반 규정이 적합한지 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 새로운 방식에 맞도록 법체계와 내용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개별적·집단적 근로관계를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갈등과 분쟁을 예상하고 예방책과 관리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기업의 준비를 도와야 한다. 법적 쟁점을 노사가 협의해 취업 규칙에 미리 정해 놓으면 좋을 것이다. 이번에 고용노동부에서 공표한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준비된 처방전에 해당한다. 이 매뉴얼은 법과 규정에 머물지 않고 조직 역량 개발을 위한 실용적인 인사조직관리 방법까지 포함했다.

기업 경쟁력은 명문화된 규정과 제도의 이면에 있는 조직 역량에 숨겨져 있다. 인간관계까지 디지털화된 시대에 적합한 소통 방식과 리더십이 요청된다. 직접 보고받고 지시해야 직성이 풀리는 수직적 통제형 리더십으론 곤란하다.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안 보이는 가운데서도 신뢰와 팀워크를 구축하면서 자발적 동기와 협동을 끌어내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쌍방향 온라인 상호작용에 능숙하고 비대면으로도 정서 관리와 아이디어를 촉진하며 다양성을 포용하고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개개인은 성과에 대해 자기 책임과 자기 관리가 가능한 자율형 인간으로 육성돼야 한다.

재택근무가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술 기반 및 제도 구축에 더해 사람과 조직의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코로나 방역의 성공은 재택근무와 같이 번개처럼 내리친 디지털 시대의 전면화에 대한 준비와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미래 지향적 성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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