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지 프리드먼 지오폴리티컬퓨처스 설립자 겸 회장이 지난 19일 문화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 앞서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 본관 앞에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 조지 프리드먼 美 지오폴리티컬퓨처스 회장 단독 인터뷰

“美대통령, 의회 등 견제받아
韓대통령보다 권한 더 작아
상원선거·후임대법관 주목

트럼프·바이든 초박빙될 것
이럴땐 야권 후보가 유리해

한·미동맹엔 대가가 필요해
韓, 방위비분담금 좀더 내고
美는 무기 싼 가격에 팔아야

韓, 美에 필수불가결하지만
日 유용하되 필수적 아니야”

[인터뷰 = 신보영 국제부장]

지정학적 관점에서 글로벌 정세 및 전망을 연구해온 조지 프리드먼(71) 지오폴리티컬퓨처스 설립자 겸 회장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느냐보다 “2022년 한국의 대선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지도자가 정치 체제상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에도 한국은 중요하지만 한국에 미국이 더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에 ‘동맹관리(alliance management)’가 중요하며, 향후 국지전 발생 가능성 속에서 한국의 외교력이 시험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프리드먼 회장의 글로벌 전망은 2010년 발간된 ‘100년 후(원제 The Next 100 Years)’에서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여전히 국제정세는 10년 전과 같으며, 21세기 역시 창의적 체제를 갖춘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유지했다. 프리드먼 회장은 ‘다가오는 폭풍과 새로운 미국의 세기(김앤김북스 출간·원제 The Storm Before the Calm)’ 한국어판 출간과 맞물려 지난 18일 최종현학술원 주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했다. 인터뷰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미국 정치체제와 대선

―국내에서 ‘다가오는 폭풍과 새로운 미국의 세기’가 17일 출간됐다. ‘100년 후’의 예측과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그때처럼 유럽연합(EU)은 여전히 아슬아슬하고 러시아는 약해지고 있으며, 중국은 한계에 와 있다. 미국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긴 하지만 아직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은 섬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에 동시에 접근할 수 있고, 외부 위협이 거의 없다. 또 다른 장점은 미국이 ‘발명된(invented) 국가’라는 것이다. 헌법을 만들고, 국가를 만들고, 국민도 만들었다. 하지만 발명은 항상 기운이 다하는 시점이 있으며, 미국은 이를 혁파하기 위해 새로운 내부 위기를 만들어내고 다시 새로운 미래를 찾아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시대가 그랬는데, 지금 다시 위기가 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상적인 과정(Normal Process)이다. 혼돈은 향후 10년간 계속되겠지만, 미국은 1970∼1980년대처럼 이를 극복하고 더 강해질 것이다.”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외부와 많이 다르다.

“미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미국은 세계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늘 문제를 발명하고 또 해법을 찾아간다. 사실 워싱턴은 미국의 정치적 수도일 뿐이다. 진짜 미국을 이끈 사람들은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빌 게이츠 등과 같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이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얼마나 상황을 안정적으로 만드느냐에 골몰하며,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까.

“대선은 단지 대선일 뿐이다. 미국 대통령의 힘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미국 정부는 너무 복잡해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적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상원의원 선거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자가 누가 될지도 중요하다.”

―그래도 전 세계에서는 미국 대선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본다. 쟁점도 같지만,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사람이 더 늘었다. 이게 아마도 전체 유권자의 4∼5%가 될 텐데, 그래서 굉장한 박빙이 될 것이다. 다만 이런 경우 야권 후보가 유리했다. 오히려 나는 (2022년 5월 예정된) 한국 대선이 더 궁금하다.”

◇ 한반도와 대북 문제

―왜 한국 대선에 관심을 두는가.

“한국 대선은 진짜 큰 이슈다. 한국 대통령은 대법원을 구성할 권한이 있으며, 지방 정부들을 관할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더 많다. 반면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 국가 정상 중에서 가장 힘이 약하다. 견제 세력으로 대법원이 있으며 상·하원이 있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다소 껄끄러운 것 같다는 평가가 있다.

“미국에 일본은 유용하지만 필수불가결하지 않다. 반면 한국은 미국에 필수불가결하며, 외부의 힘인 동맹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미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도 삐걱대고 있다.

“이 문제는 사실 지정학적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즉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동맹은 공짜가 아니며 대가가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한국이 비용을 더 내되, 미국은 한국이 원하는 무기를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 같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시사한 적이 있는데, 미군이 철수할까.

“주한미군 철수보다는 어떤 부분을 철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작전상 문제는 보병(지상군)인데, 만일 북한과 전쟁을 한다면 공군이, 중국과의 전쟁이라면 해군이 필요하다. (6·25전쟁 직후인) 1954년이라면 보병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군이 일부 철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지상전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 한국은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고, 중·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완벽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미국은 여전히 이곳을 원한다.”

―북한이 ICBM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은 선제공격을 가할까.

“북한이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선을 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북한이 ICBM을 개발한다면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큰 도발을 하지 않으며, ICBM 개발도 완성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중세 이탈리아의 보르자 가문 같은 정치체제로, 핵무기를 관리하는 사악한 왕국(evil kingdom) 느낌이다. 가족정치 제도는 예측 불가능한 정치체제라서 위험 상황까지 쉽게 걸어갈 수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또 누군가가 사망하고, 보르자 가문처럼 내전이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 문제는 북한과 대화를 하더라도 북한이 얼마나 많은 힘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체제인 북한과 맞대고 있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면서 최상의 결과를 기대하라(Prepare for the Worst, Hope the Best)’. 사실 두 번째는 필요 없고, 그냥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라. 동시에 항상 동맹을 만들어야 한다. 동맹은 구조적 규칙이며 지금도 먹힌다. 한국은 동맹국에 한국이 필요하게 만들어야 하고, 동맹국을 한국에 필요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게 ‘동맹 관리’다. 그래서 미국을 잘 이해해야 하며, 미국이 한국의 필요를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꼭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많은 사람이 ‘미국이 우리보다 더 절실하게 동맹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미국이 그렇게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중 관계와 동북아 및 세계정세 전망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중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말에도 환율과 시장·상품의 무역장벽 등 때문에 미·중 갈등이 심했다.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계층 감소며, 여기에는 중국의 강력한 제조업 영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대중 강경책을 택했고, 미국 정치체제에서도 상당부분 중국에 적대적이다.”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는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여러 문제가 있다. 홍콩, 신장(新疆)위구르, 몽골, 티베트, 인도 등에서 다 문제다. 중국은 내부 문제들도 처리해야 한다. 굉장히 집권화된 중앙정부가 이를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남중국해다. 남중국해가 봉쇄되면 중국은 수출이 어려워지는데, 미국은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점점 미국을 자극하면서 상황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한·일에 힘을 보장해줘야 할 것인데, 이 목표에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일 관계 개선이다.”

―일본을 언급했는데, 이번 책에서도 중국이 아니라 일본을 터키·폴란드와 함께 미국 도전세력으로 꼽았다.

“일본의 가장 문제는 자원이 없다는 것으로, 자원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 해상을 장악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언제까지 이런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고, 그래서 일본은 결국 해군을 증강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100년 후’를 포함해 저서에서 여러 차례 전쟁을 예측했는데.

“1·2차 세계대전 같은 대전쟁은 없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전쟁은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질문은 ‘어느 지역에서 일어날 것인가’다. 두 번째 질문은 ‘전쟁이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까’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에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레온 트로츠키 러시아 혁명이론가 이야기처럼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어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이게 한국 외교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래서 한국이 전쟁을 단순히 중국과 북한과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리=박준우 기자

◇조지 프리드먼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생 △뉴욕시티칼리지 졸업 △코넬대 정치학 박사 △디킨슨칼리지 정치학 교수 △싱크탱크 스트랫포 설립자 및 회장 △지오폴리티컬퓨처스 설립자 및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