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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삼성 죽이기는 ‘매국’이다

기사입력 | 2020-09-10 11:31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뚜렷한 증거 없이 이재용 기소
최종 노림수는 승계 처벌 조짐
삼성생명의 전자株 매각도 압박

中은 반도체 기술 빼가려 안달
文정부 親中 5~10년 뒤 부메랑
‘삼성’수준 기업 많이 만들어야


문재인 정권의 재계에 대한 적폐청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했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기에 상징성이 크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 적폐청산의 목표가 이 부회장의 그룹 승계 처벌에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권 차원의 거대한 계획이 있어서인지 검찰은 이 부회장을 억지로 기소했다. 지난 2년 가까이 이 부회장 승계의 불법성을 찾는다고 혈안이 됐지만 뚜렷한 증거를 잡지 못했다. 결국, 검찰이 만든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10 대 3’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새로운 증거를 내놓지도 못했으면서 업무상 배임 혐의까지 추가해 기소했다. 게다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도 요구하는 등 삼성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있어 ‘삼성 해체’ ‘삼성 준(準)공기업’ ‘삼성 죽이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적폐청산 분위기는 기업이 한국을 떠나게 만든다. 그 시간에 미국은 대통령과 의회가 합심해 리쇼어링으로 떠난 기업을 불러들였고, 한국의 첨단 기업까지 유치했다. 중국은 공산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면에서 ‘제조 2025’로 자국 기업을 키웠고, ‘천인계획’과 ‘만인계획’으로 미국은 물론 한국 등의 첨단 기업이 가진 기술과 인재를 빼내 갔다. 이러면서 미·중 양국은 신(新)냉전으로 불리는 안보경제전쟁에 들어갔다. 한국은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며 한가한 소리를 하지만, 물러설 수 없는 미·중엔 어림없다. 미국이 특히 자국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를 중국이 이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삼성의 대외정치 리스크는 커졌다. 중국은 내수를 촉진하고 자국 기업을 키워 안보경제전쟁을 버티려 한다. 롯데와 이마트의 철수에서 봤듯이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은 더 커진 중국 정책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최근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다녀갔다. 친중 성향 문 정권의 도움을 받아 미·중 대결로 인한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은 중국에 대한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했듯이, 미·중 대결에서 일본과 인도, 유럽도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럴수록 중국은 안보경제전쟁의 핵심인 반도체 등의 기술 자립을 위해 한국에 매달릴 것이다. 또, 북한과의 평화경제 환상에 빠진 문 정권을 부추겨 삼성 등의 협력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과 결별하고 한국에도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어 문 정권의 친중 성향은 우리 기업의 정치 리스크만 키운다. 중국의 전략이 성공하더라도 한국엔 부메랑이 된다. ‘제조 2025’로 중국은 한국 따라잡기에 성공했고, 한국 제조업은 중국 쇼크로 위기에 빠졌다.

중국이 그리는 미래의 산업구조는 한국과 거의 일치한다.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어 재계에 대한 적폐청산과 친중 정책은 그만큼 더 위험한 일이 된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뜨리고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 죽이기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경쟁 상대인 중국을 이롭게 하는 이적(利敵)행위로, 매국 결과를 낳는다. 이 부회장 재판이 5∼10년 간다는데 그 기간은 미·중이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이고 투자 상대국의 전쟁, 정정 불안에 따른 기업의 대외정치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도 커진다. 따라서 기업의 국내 정치 리스크라도 줄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문 정권은 재계에 대한 적폐청산을 끝내고 삼성 등 우리 기업들이 마음 놓고 국내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대외정치 리스크도 문 정권 하기 나름이다. 문 정권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안보는 물론 경제도 협력해 왔다는 점을 잊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오만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냉담했던 일본의 태도를 바꾸려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나섰다. 중국에는 미국처럼 한국에 협력할 수 있는지 행동으로 보이라고 요구해야 한다. 제2의 사드(THAAD) 보복을 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데도 중국을 추종하면 한국은 경제는 물론 안보도 위태로워진다. 중국 의존도만 커져 시간이 갈수록 한국 경제가 중국에 예속될 수 있다. 삼성 죽이기가 아니라 ‘삼성 같은 기업 많이 만들기’로 바뀌어야 미·중 대결에도 끄떡없는 나라가 된다. 한국은 세계 질서 대변화에 대응할 국가 대전략이 필요하다. 문 정권은 시대 요구에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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