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영남 씨가 개인전에서 선보일 신작. 자신의 초상을 그린 그림 안에 ‘유죄’라고 써넣은 글자가 보인다. 아산갤러리 제공

5년만에 전시회 여는 조영남
“재판과정 고생이라 생각 안해
화가로도 유명하게 만들어줘”

“그동안 (그림 대작 사건으로) 시끄러웠으니까, 사람들이 도대체 뭘 가지고 그랬을까 궁금해할 거 아녜요? 그러니 이제 작품으로 이야기하자는 생각으로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요.”

가수 겸 화가 조영남(76) 씨는 11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충남 아산갤러리에서 12일부터 ‘현대미술가 조영남의 예술세계’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 조 씨가 전시회를 하는 것은 지난 2016년 대작 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한 이후 5년 만이다. 그는 이날 오후 전시회 관련 기자 회견과 함께 책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 출간기념회를 한다.

조 씨와 아산갤러리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1년간 분기별로 나누어 네 차례 진행된다. 그 첫 번째 분기(8월 12∼10월 25일)에 ‘손가락 말고 달 쳐다보기’라는 주제로 그림 총 70점을 선보인다. 조 씨의 대표작 30점에 더해 신작 40점을 공개한다. 대작 사건에 휘말린 화투 소재 그림도 20여 점 포함돼 있다.

“남들은 제가 지난 5년간 재판으로 고생했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나이 들어서 (가수로서) 소리가 줄어드는 때가 되니까, 대한민국 정부가 저에게 그림 그려서 먹고 살라고 화가로 올려준 거라고 여기고 있거든요.”

조 씨는 대작 사건에 대한 소회를 특유의 언변으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조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자신이 그린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는 이유로 사기 혐의로 기소돼 5년간 재판을 받았다. 지난 6월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음으로써 혐의를 벗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가수라는 뜻에서 스스로 ‘화수(畵手)’로 불러왔다. 1973년부터 한국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한 후 서울·부산·베이징(北京)·뉴욕·LA 등에서 40여 번 전시회를 열며 꾸준히 화가로서 활동해 왔다. 작품도 회화를 비롯해 설치, 조각, 행위예술 등을 망라해 2000여 점에 달한다.

그는 “이번 전시 세 번째 분기에는 공모를 통해 조수를 뽑아서 협업하는 과정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수 협업이 현대 미술에서 정당하게 이뤄지는 것임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이다.

“재판 과정에서 보니 사람들이 현대미술에 대해 너무 모르더라고요. 변호사도, 검사도 잘 몰라요. 제가 현대미술 책을 이미 2권 냈는데, 이번에 또 낸 것은 그 때문이에요. 초등학생도 알 만하게 쉽게 썼지요.”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명한 그는 오는 25일 TV 프로그램 ‘뽕숭아학당’ 촬영을 통해 방송활동을 재개한다고 전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