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피해는 아픈 환자에게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생 증원 방침에 항의해 파업에 들어간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김낙중 기자

- 의대 정원 확대 반발 전공의 집단파업 돌입

1만6000여명중 80% 동참
대학병원 일부 차질 불가피
14일에는 의협 파업 예정

“환자분을 봐줄 선생님이 없습니다. 오늘 진료는 어렵습니다. 미안합니다.”

전공의 파업이 개시된 7일 오전 9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외래병동에서는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이 속출했다. 대부분 진료는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평소보다 인력이 줄어든 탓에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예약 없이 온 환자들은 헛걸음을 하고 돌아가는 등 불가항력으로 일부 불편이 초래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피부과를 찾은 양모(여·77) 씨는 겨드랑이 쪽 두드러기로 예약 없이 피부과를 찾아 “1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왔다. 아무 선생님이나 기다릴 테니 진료를 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접수처의 병원 관계자는 “오늘 의사들 파업으로 환자분을 봐주실 선생님이 없다”며 “현재 진료 중인 교수님도 정말 급한 예약 환자만 진료를 보실 것”이라고 대답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홈페이지의 성명문에 따르면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신촌과 강남을 통틀어 전공의 453명이 단체행동 참여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병원 측에서는 “의료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최대한 환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인력 이탈이 큰 탓에 역부족인 상황이 일부 연출될 수밖에 없다. 정형외과의 경우 4명의 의사 중 2명만 진료를 하고 있었으며, 의사 1명당 최대 5명의 환자가 대기 중이었다. 이날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공의 집단행동에 응급실 등 필수진료 분야가 포함된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현장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되어 어려움이 있으시겠지만 의료서비스가 차질없이 제공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주요 대학병원들은 이번 전공의 파업에 대비해 인력 보강 등을 진행했지만, 전국 1만6000여 명의 전공의 중 80%가량이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일부 차질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날 대전협은 여의대로 등 전국 각지에서 오후 2시부터 집회를 시작해 토론회 등 행사를 거쳐 8일 오전 7시까지 파업을 이어간다. 오는 14일에는 전국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한 대한의사협회의 파업이 예정돼 있다. 의사단체들은 의대 정원을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지역의료 불균형의 본질적 해결책이 아니고, 의료현실을 오히려 왜곡시킬 것이라며 파업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파업을 자제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대전협 등은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대화하지 않다가 이제야 대화로 해결하자는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공의들은 병원에 있는 환자 입장을 헤아려 지금이라도 집단행동은 자제하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했다.

최재규·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