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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논단]

간첩 활개 치게 만들 국정원 개악案

기사입력 | 2020-08-07 11:42

송봉선 한반도미래연구소 이사장

지난달 30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권력기관 개혁안(案)을 발표했다. 국가정보원 개혁안에 대해 조 의장은 “국정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칭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정치 관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했다. 당·정·청도 국정원 개혁안으로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국내정보 수집 기능 폐지, 대공 수사권 경찰로 이관, 국회 정보위원회와 감사원의 통제 강화, 감찰실 직책 대외 개방 등이 주요 골자다.

이렇게 될 경우 국정원은 절름발이 안보기관이 될 게 자명하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개혁 대상 기관의 수장임에도 앞장서서 당·정·청과 같은 입장을 보여 국정원 개혁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국정원 국내정보 수집 기능은 이미 서훈 전 원장이 자체 폐지했는데, 법제화 명목으로 국정원 주요 개혁 대상으로 올린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국회와 감사원 통제를 받는 것도 보안이 생명인 정보기관의 존재 가치가 없다. 감찰실장직 대외 개방도 현 정부 들어 적폐청산이라면서 외부 인사가 감찰실장으로 보직돼 국정원의 메인 서버를 열고 법정에 ‘적폐’ 증거 자료를 제공하는 등 해체 수준의 치부를 드러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대공 수사권의 경찰 이관이다. 경찰은 지금도 대공 기능이 있으며 군의 기무사(현 안보지원사령부), 국정원과 함께 3기관이 경쟁 체제를 이뤄 현재까지 대공 활동을 무리 없이 잘해 왔다.

그런데 국정원과 안보지원사령부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북한이 바라는 일로, 마치 전방에 철책을 없애고 지뢰밭을 제거해 적이 의도한 침투로를 안전하게 열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혁 측은 국정원 대공 수사권을 이양하는 대신 국정원에 조사권을 부여한다고 한다. 간첩은 구속수사를 해도 철저한 사전 침투 교육과 신분 세탁, 가장(假裝), 묵비권 행사로 잡기 어려운데 어떻게 검거한단 말인가? 대공 수사나 공작 활동은 국정원 내에서도 때로는 부서끼리 서로 협조가 잘 안 돼 삐걱거리는데, 타 기관인 경찰에 조사 내용 제공 등 협조가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국정원은 해외 파견관, 정보 협력, 간첩 통신, 사이버 등 그동안 많은 경험과 시설을 갖추고 있어 경찰과 비교가 안 된다. 경찰은 이근안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탈북 여성 성폭행 등 과오가 있어 국가안보 전담에 문제가 있음을 안보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정원의 지난 4일 인사 개편 때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주역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박 신임 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당시 대북 불법 송금으로 실형을 받은 전력이 있고, 박선원 기조실장은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의 배후로 지목, 반미(反美) 성향이 강한 것으로 인식돼 더욱 그렇다. 박 실장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외교·안보·대북담당 비서관 시절에 대북 접촉 실무자로 현 북한 외무성 부상 한성렬과 접촉하면서 지나치게 친북 성향을 보여 보안 문제가 되기도 했다. 많은 안보 관계자가, 회담 업무 경력자가 국정원의 예산을 관장하는 자리로 보직, 금전과 회계 업무를 맡는다는 것을 이상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국가정보원법에 규정된 고유 직무는 대북·대공 정보 수집, 정부 전복, 방첩, 테러, 국제범죄조직과 관련된 국내외 정보 수집, 그리고 내란·외환·반란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죄 수사다. 그런데 현 정부는 국정원의 고유 업무와는 관계없는, 과거 좌파 정권에서 남북회담을 전담하던 인물들을 다시 대북 라인에 배치하고 국정원 회계 책임자로 임명하는 등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인사 ‘개혁’을 했다. 이래서는 개혁 법안이 아니라 개악(改惡) 법이 될 수 있는 만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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