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가수 강민경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협찬받은 제품을 평소 사용하는 일상복으로 소개해 뭇매를 맞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수천만 원을 받는 대가로 광고하는 제품을 “내 돈 주고 내가 샀다”고 말하며 대중을 기만했다.

■ 한혜연·강민경 사태로 본 ‘연예인 PPL의 민낯’

유튜브·SNS 영향력 커지며
스타·인플루언서 광고 활용
한혜연·강민경‘돈썼다’강조
공항패션도 거의 돈받고 노출

직접 이익 챙겼는지 단정못해
처벌 안받지만 이미지엔 타격

개인 채널을 운영하며 인플루언서로 활약하던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과 가수 강민경이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개인 채널을 통해 실제 사용하는 일상용품으로 소개한 제품들이 개당 1500만∼3000만 원 정도를 받고 광고한 PPL(Product Placement·제품간접광고)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달 말 공식 사과했다. 이후 유튜브 채널이나 SNS를 통해 PPL을 받던 연예인들은 뒤늦게 ‘유료 광고’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내 돈 주고 샀다”면서…실체는 광고

연예인들은 ‘걸어 다니는 간판’이다. 대중적 관심과 인기가 높아 그들이 먹고, 들고, 입는 모든 것이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수억 원의 개런티를 주고 기꺼이 그들을 광고 모델로 쓴다. 연예인들이 제품을 알리는 대가로 개런티를 받는 것은 일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조금 다르다. 8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한혜연의 유튜브 채널 ‘슈스스’에서 가장 유명한 콘텐츠는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품)이다. 그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며 “돈 엄청 썼다”고 수시로 말했고, 유명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돈 주고 구매할 정도로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이라는 믿음으로 사람들은 지갑을 열었다.

강민경도 다르지 않다. 평소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소문난 그는 “직접 쓰는” 아이템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중 적잖은 물품이 사실은 업체에서 돈을 받고 소개한 광고였다. 대놓고 대중에게 거짓말을 한 행위라 볼 수 있다.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이러한 제품 광고는 또 있다. ‘공항패션’이 대표적이다. 일반 대중이 일상생활 중 연예인과 마주칠 확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취재진은 매번 연예인들의 출국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다. 해당 연예인의 소속사나 각 업체에서 출국 일시와 편명, 이용하는 게이트 정보를 언론사에 미리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연예인이 협찬이나 광고해야 하는 의상, 아이템 등을 착용하고 카메라 앞에 선다. 도무지 장거리 비행에 걸맞지 않은 의상과 액세서리로 무장하고 공항을 찾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공항패션이 연예인들의 일상복이라 생각하기 쉽다. 광고라는 거부감이 적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노출되면 판매량이 급증한다”며 “연예인의 인지도에 따라 공항패션은 ‘부르는 게 값’이다. 톱 A급으로 분류되는 B는 출국 시 특정 브랜드의 가방을 노출하는 조건으로 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게티이미지뱅크

◇대놓고 거짓말, 사기 아닌가?

최근 연예인들의 개인 채널과 SNS를 기반으로 한 PPL이 도마 위에 오른 건, 광고 시장의 중심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작가들이 집필하고 톱스타가 출연하며 지상파에 편성된 드라마나 예능으로 쏠리던 PPL 시장이 인플루언서 쪽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2015년 5억 달러(약 5900억 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가 올해 100억 달러(11조85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역시 200억 원(2016년) 규모였던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올해 2조 원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인플루언서의 놀이터’인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과 맞물린다. 이들은 TV 앞에 앉길 거부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즐겨 찾는 콘텐츠 역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TV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튜브 개인 채널이나 SNS로 쏠린다. 결국 광고주들이 광고비를 집행하는 곳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방송법으로 과도한 PPL을 엄격히 규제하는 TV와 달리, 유튜브 같은 개인 채널에 대한 광고 게재 및 처벌 기준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혜연, 강민경 등의 거짓말에 속아 물품을 구매했다는 몇몇 네티즌은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법무법인 혜명 손정혜 변호사는 “사기란 형법상 누군가를 속여서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것인데, 이들의 방송을 보고 물건을 샀다고 해도 그 돈이 인플루언서에게 직접 가서 이득을 취하는 구조라 보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허위 사실을 알리거나 지나친 과장 광고를 했을 경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로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해당 영상들은 ‘광고’임을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그 대상을 사업주와 단체 등 광고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플루언서 개인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에 대해 유명 광고 에이전트 AE(광고기획자)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소비자를 속인 행위로 인해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수 있고, 광고주 역시 이런 논란으로 제품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향후 광고 표시가 더 철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