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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전국부장

“같은 계열 고위인사의 성추행 사건에서는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자행하는구나!” “성추행을 범한 후에도 피해자 탓을 하는 ‘2차 피해’를 범하는 ‘개’들이 참 많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여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친여성향 지식인, 방송인, 시민운동가, 심지어 여검사까지 앞다투어 피해자를 조롱하거나 모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과거 어록이 이번에도 화제다. 앞의 글은 조국이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여성 인턴 성추행 의혹 사건이 터진 뒤 트위터에 올린 것이고, 뒤엣것은 2014년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쓴 글이다. 성추행도 우리 편이 하면 무조건 옹호부터 하고 보는 친여 인사들의 내로남불, 표리부동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여서 ‘조스트라다무스’ ‘조만대장경’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사건이 터진 뒤 페미니스트를 자부하던 박 전 시장의 다른 얼굴에 놀라면서도 “맑은 분”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라고 그를 미화·옹호하고 피해자를 향해 드러내는 거침없는 친여 인사들의 적개심, 이중기준이 더 충격적이라는 사람이 많다. 박 전 시장이 고소당한 사실을 안 당일 바로 자살함으로써 사실상 혐의를 인정했다고 봄이 상식적인데도 “증거가 없다” “미투가 아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등의 막무가내식 공격이 가해졌다. 심지어 한 여검사는 박 전 시장의 팔짱을 낀 사진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박 전 시장 성추행을 자백한다고 했다. 피해 여직원을 조롱한 것인데, 바닥을 드러내면서까지 수호하려는 진영논리에 절망하게 된다.

충남지사, 부산시장에 이어 서울시장까지 민주당 소속 거대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유력 대권 주자들의 연이은 성 추문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되레 비판자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막말을 하는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의 두 얼굴, 민낯을 발견한 걸 가외의 소득이라고 자위해야 하나. 여권은 자신들에게 곤란한 문제가 터져도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분을 황금이라고 우겨도 믿어 주는 ‘대깨문’들이 튼튼히 받쳐주니 참과 거짓, 정의와 불의를 뒤바꿔도 된다고 믿고 행동한 지 오래다. 조국·윤미향 사태 때 드러난 친여 인사들의 이중적인 민얼굴이 박원순 사태로 확인사살 됐다. 여권 핵심들이 어제 한 말을 오늘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고, 같은 진영의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편들고 나서는 건 올바름보다 당파적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나, 당파성이 진정한 진리라고 운동권 시절부터 뼛속 깊이 각인한 때문으로 보인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데는 누구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문 대통령은 박 전 시장의 시신이 발견된 10일부터 이날까지 ‘문빠’들에 의해 자행되는 피해자 가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그들에게 잘못된 사인을 보내고 있다.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이 자신의 권력복귀를 위해 어린 학생들을 동원한 문화혁명 때 홍위병 같은 광란의 망동(妄動)을 저지르는 ‘문빠’들을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은 문 대통령밖에 없다. ‘어떤 자살은 가해’라고 했듯이 어떤 침묵도 가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