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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수소경제 위해서도 원자력은 필수다

기사입력 | 2020-07-30 11:38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文정부 그린뉴딜 내실 아리송
깨끗하고 안전한 電氣 외면 땐
외국 기업 배불릴 ‘노딜’ 귀결

값싼 수소 공급에 수소차 成敗
전기차 확대에도 원자력 중요
脫화석-신재생-원전 3軸 병행


정부는 지난 14일 저성장·양극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며 내놓은 사업계획의 외연(外緣)은 그럴싸하나, 내실(內實)이 아리송하다. 원자력이 빠진 ‘그린뉴딜’이라니. 중국 업체와 유럽 기업만 배 불리는 ‘그린’을 보나, 혁신과 개혁이 빠져버린 ‘뉴딜’을 보나, 결국 나라 곳간만 축내고 ‘노딜’로 끝날 것이 자명하다. 기업 혁신을 위한 정책 개발도,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개혁도, 원전 퇴출을 위한 확고한 대안 확충도 부실하다. 차기 정부에서 지속 추진될 가능성마저도 불확실해 보인다.

1930년대 미국의 뉴딜은 경제적 개혁과 함께 생산성 향상을 앞세워 대공황을 극복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허술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재탕으로, 어떻게 코로나19가 몰고 온 국난을 극복할 것인가? ‘깨끗한’ 전기차와 수소차로 시대를 선도한다는데 전기는 ‘끊기는’ 풍력과 태양으로, 수소는 ‘더러운’ 가스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그래서 도로에서 경유차와 휘발유차를 몰아내고, 전기차와 수소차로 메우겠다는 것인가?

요즈음 독일은 수소차 사업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다. 한국의 ‘수소차 독주’ 시대를 열어줄지, 아니면 수소차가 시기상조라는 쪽으로 작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벤츠는 유일한 수소차 모델의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며, 추가 개발 계획도 접은 것으로 알려진다. 폭스바겐도 지난해부터 전기차 생산에만 주력하고, BMW 또한 올해부터 전기차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초기조건도 경계조건도 다른 독일의 에너지 방정식을 두서없이 따라가던 현 정부가 독일과는 수소차에 대해서만은 ‘디커플링’하는 셈이 됐다.

수소차는 충전이 전기차보다 빠르긴 하지만, 효율이 낮은 것이 단점이다. 저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그린’ 수소는 아주 비싸다. 수소차 효율은 30% 정도지만, 전기차는 75% 수준이다. 주행은 물론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전기를 바로 쓰면 될 것을 굳이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다시 산소와 결합해 힘을 내고 물을 뱉는 것은 아무리 봐도 뒤죽박죽이다. 벤츠는 지난 30년간 수소차 개발에 힘썼지만, 전기차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갔다.

이론만 생각하면 수소차는 훌륭하다. 그러나 자동차에서 수소를 직접 만들어 동력을 얻는 것은 현재 단계에서는 비현실적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5년 전부터 “수소차 시대는 오지 않는다”고 한 배경이다. 그러나 원자력을 이용해 전기가 아닌 고온으로 곧바로 수소를 값싸게 만든 뒤 주유소처럼 수소차에 공급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지 않는 한 수소는 중장비, 비행기, 선박 등 거대 수송 장비에 머물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실존적 위협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방책인 원자력의 진가를 정치가 아닌 과학으로 인식하고 공감해야 할 때가 다시금 찾아왔다.

산업혁명과 함께 출범했던 화석연료 문명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십수 년 안에 에너지를 전환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올바른 전환은 환상적 계획을 세운다고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디지털 뉴딜과 함께 엄청난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 고온원자로와 함께 다가올 수소 경제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에겐 시행착오를 겪을 여력이 없다. 공학의 반석 위에 가용 동력원을 모두 올려놓고 숙의에 들어가야 한다. 신재생은 되지만, 원자력은 안 된다는 아집을 거두지 않는 한 한국식 에너지 전환은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원자력은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는 물론 미국, 영국, 중국이 움켜쥐고 있는 기후변화와 수소 경제의 해결사다. 한국도 원자력 대국이다. 원자력은 20억t이 넘는 탄소 배출을 대체하는 안전하고 입증된 무탄소 전원으로 세계 승용차의 절반에 이르는 5억 대를 도로에서 퇴출하는 것과 같다. 나머지는 전기차와 수소차로 바꾸면 그린뉴딜이 눈앞에 보인다. 지난해 세계 7위 자동차 생산국 한국이 독일, 미국, 중국, 인도, 일본을 제치려면 전기차와 수소차를 동시에 받쳐줄 수 있는 원자력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 ‘탈(脫)화석- 신재생- 원자력’을 병행하며 상승효과를 꾀하는 삼각함수 해법으로 2050년 탄소중립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명실상부한 녹색혁명의 단초이자 지속 가능한 한국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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