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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구 前 연세대 교수·사회심리학

정의연 위안부 지원금 의혹
일본인에게 머리 들 수 없어

한·미방위조약 끌어낸 이승만
‘미국 괴뢰’ 폄훼는 너무 심해

공수처 설치로 편파수사 우려
자식 세대에 부끄럽고 미안

그동안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참담한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을 겪었지만 우리나라는 곧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성장은 2018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세계 8위에 올랐다. 경제 규모가 호주, 러시아보다 더 크다.

한국인은 지적으로도 우수하다. 리처드 린 영국 얼스터대 심리학 교수와 타투 반하넨 핀란드 헬싱키대 교수는 한국인의 평균 지능이 106으로, 전 세계 185개국 중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THE TIMES, LONDON, 11/11, 2003) 한국인은 왜 똑똑한가? 세계 제일의 문자 덕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세계 모든 문자를 합리성·과학성·독창성의 세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한국어가 세계 2900여 언어 가운데 1위로 평가됐다.(CHOSUN.COM, 9/15, 2017)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한 달 안에 한글을 깨칠 수 있어 지능이 빨리 발달할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한국인으로서 수치심을 갖게 됐다. 그 큰 원인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제가 급속히 추락해 실직자가 크게 늘었다는 데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은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을 밑돌았다. 1인당 GDP 순위도 두 계단 떨어져 세계 11위로 밀려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이긴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역성장, 즉 마이너스 성장률이 될 조짐이다. 이제는 한국이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는 돈을 너무 헤프게 써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서울 강남구에는 양재동과 서초동을 이어 흐르는 양재천이 있다. 그런데 이 양재천에 너무 많은 조경물이 설치돼 있다. 하천을 건너는 구름다리와 돌다리 등이 너무 많이 있고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정원이 조성돼 있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그리스 정원’을 만드는데, 그 길이가 수백 미터에 이른다. 몇 년 전 장미꽃 터널 하나를 만들더니 최근에 서너 개를 더 만들었다. 날마다 공사용 트럭이 수없이 드나든다. 큰 장마 한 방 터지면 모두 한강으로 쓸려 내려갈 조형물이다. 어마어마한 공사비를 하천에 투자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이 공사비를 창업에 투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건강을 위해 매일 양재천을 1시간가량 산책한다. 강남·서초구청을 욕하면서 양재천 산책을 즐기는 내가 한없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최근 정부로부터 받은 코로나 재난지원금도 나를 부끄럽게 한다. 은퇴했지만 연금으로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 재난지원금을 기부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현금’으로 받았다. ‘앞으로 재산세와 종부세가 더 부과될 것이니 마땅히 받아야 해’ 이렇게 자위하면서 지원금으로 외식을 한다. 그런 내가 못마땅하고 부끄럽다.

요즘은 일본인에게 머리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하다. 이용수 위안부 할머니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이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받은 위안부 지원금과 후원금을 불법 남용했다고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는 위안부 동상을 일본대사관 앞은 물론 세계 주요 도시에 설치하고 매주 수요집회를 열어 일본의 위안부 성 학대를 성토해 왔다. 그런데 이를 주관한 대표가 ‘거짓말쟁이’라는 이 할머니의 증언에 어리둥절하다. 그런데 금배지까지 달았다….

전직 교수로서, 도올 김용옥에 대해 부끄러움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그는 나름의 생각이 있었겠지만, 2019년 KBS1 TV 프로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국의 괴뢰라고 폄훼한 것은 너무 심했다. 실상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시절 청소년기를 살았기에 여전히 기억이 생생하다. 이 전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6·25전쟁 휴전’을 역이용했다. ‘북진통일’을 외치는 한국인의 관제 데모를 유도했고, 아이젠하워를 압박해 미국과의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끌어냈다. 오늘날 북한이 한국을 쉽게 넘보지 못하는 것은 이 조약 덕분이다. 미국은 한국이 외국으로부터 침략당하면 자동으로 개입하게 돼 있다. 더불어, 이 전 대통령은 미국의 대규모 경제원조를 받아내 경제성장의 바탕을 마련했다. 오히려 미국이 이 전 대통령의 손아귀에 놀아난 셈이다.

오늘의 세계는 그를 아시아의 위대한 정치가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 및 국제정치사의 큰 흐름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 전 대통령을 그렇게 성토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최근 같은 방송사에서 또 다른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영하고 있다. 무슨 생각으로 다시 방송에 출연해 그런 주장을 하는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앞으로 계속 부끄럽게 살아갈 것이다. 나라 경제는 나빠지고 실직자가 넘쳐날 것이지만, 정부의 포퓰리즘으로 국민은 희희낙락하며 살아갈 것이다. 우리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다. 공짜는 누구나 좋아하므로 포퓰리즘은 결국 국가를 망친다. 로마가 몰락한 가장 큰 원인은, 원로회의에서 로마 시민들에게 공짜를 너무 많이 베풀었기 때문이다. 멀리 갈 필요가 있을까? 최근 그리스와 아르헨티나가 몰락한 것도 모두 정부의 포퓰리즘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제정으로 편파 수사가 많아져 ‘권력 무죄’가 두드러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정의가 구현되지 않은 사회만큼 부끄러운 사회는 없다.

가장 남부끄러운 일은, 후대에 안락한 사회 여건을 물려주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만 풍요롭게 잘살고 자식 세대에겐 무거운 짐을 떠넘긴 채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다. 동시에 좌절하고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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