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서 탈피하기 위한 적극 재정은 케인스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하지만 성공을 기약하려면 반드시 획기적 규제 완화가 동반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그 자체로 경기부양책 성격도 갖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경기회복 전략은 불행히도 재정 근본주의에만 매달린 절름발이 정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정부의 그런 잘못된 기류는 갈수록 강해지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25일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전시(戰時)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면서 “불을 끌 때도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전 재정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지금의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 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성장률을 지탱하는 것이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방법”이라던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의 며칠 전 발언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처방전이다.

문 대통령이 주창한 재정 지출을 통한 성장률 회복과 경제 선순환 주장은 마차가 말을 끈다는 식의 소득주도성장론을 연상케 할 뿐이다. 지금 정부가 펼치는 적극 재정은 현금을 주머니에 꽂아주는 이전지출이 대부분으로, 성장 기여 효과가 나쁜 대표적 정책 수단이다. 일반 재정 지출은 재정승수가 0.5 정도인데 비해 이전지출은 0.2∼0.3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말대로 빚을 내 현금을 뿌림으로써 국내총생산(GDP)을 키울 수 있다면 이미 모든 나라가 지상천국이 됐을 것이다. 경제 선순환은 피와 땀으로 이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