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하루 동안 방송가에서는 3건의 ‘인성(人性)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특정 연예인의 과거 행적이 SNS를 통해 공개돼 논쟁이 붙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보였다는 이유로 또 시끄러웠죠. 따지고 보니, 방송가가 ‘논란’을 거른 날은 단 하루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중문화 영역을 취재하는 터라 지인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 착해?” 연예인은 유명인일지언정 대중의 지인은 아니죠. 그런데도 그들이 착한지 아닌지가 왜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TV에 얼굴을 비치는 또 다른 유명인인 국회의원이나 스포츠 스타, 의사와 변호사 등을 보며 “그 사람 착해?”라고 묻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한국 연예계의 ‘인성 검증’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듭니다. 논란 하나라도 불거지면 그들의 ‘밥줄’인 활동 중단을 논해야 할 정도로 온라인상에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곤 하는데요.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웬만한 성직자나 공직자보다 더한 도덕성을 요구받곤 하죠. 언제부터 이런 분위기가 확산된 것일까요?

스마트폰 보급과 SNS의 활성화가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히죠. SNS는 정보의 습득량과 전파 속도를 비약적으로 키웠습니다. 특정 연예인과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그의 과거 행적을 널리 전파하는 데 며칠이면 족하죠. 또 카메라 밖 연예인들의 일상은 누군가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 고스란히 잡히곤 합니다. 관련 업계에서 “연예인이 되고 싶으면 머리털 날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오가는 이유입니다.

취재하다 보면 많은 연예인을 만납니다. 그중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비뚤어진 인성을 잘 포장하는 이가 있는 반면, 참 괜찮은 사람인데 뜻하지 않은 언행 하나로 지탄을 받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대중은 연예인의 극히 일부분만 보기 때문에 작은 선행 하나에 감동하는 반면, 더 작은 논란 하나에 등을 돌리곤 합니다.

왜 대중이 연예인의 인성을 평가하는 걸까요?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존재’라는 이유가 붙곤 하죠.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서비스업으로 보고 일종의 평가 점수를 매기는 시각입니다.

하지만 불법이나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그들의 인성을 ‘사생활’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건 어떨까요? 연기력과 가창력이 뛰어난 데다가 인성까지 훌륭하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객관적 판단이 어려운 인성으로 그들의 인생을 재단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연예인의 단면만 보고 그들의 인성을 평가하는 당신의 인성은 과연 몇 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