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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의 골프역사… 그 위대한 순간들]

‘마스터스 불운’에 연거푸 고개숙인 ‘백상어’ 노먼

기사입력 | 2020-04-29 10:28

이인세 골프역사칼럼니스트 이인세 골프역사칼럼니스트


1987년 마이즈와 연장 두번째홀
마이즈 80야드 어프로치샷 버디
노먼은 버디 실패 2년연속 2위에
10년후 또 좌절… ‘새가슴’ 별명


호주의 백상어 그레그 노먼은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와는 지독히도 인연이 없었다. 1986년 마스터스 마지막 날 18번 홀에서 스스로 무너지며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미국의 잭 니클라우스에게 우승컵을 넘겨줬던 게 불운의 출발이었다.

노먼은 이듬해에도 다시 우승의 기회를 맞이했다. 1987년 마스터스에서는 스페인의 세비 바예스테로스, 미국의 래리 마이즈 등과 함께 3언더파 공동선두로 4라운드를 마쳤다. 노먼이 서든 데스로 치러진 첫 홀에서 버디만 하면 마스터스의 한을 풀 수 있었다. 사실 노먼은 마지막 날 17번 홀(파4)에서 극적으로 버디를 잡아내며 3언더파가 되면서 공동선두에 합류했다. 둘만의 연장 대결 구도를 그리는 순간 마이즈가 18번 홀(파4)에서 짜릿한 버디를 챙겨 공동선두에 합류했다. 마이즈는 1승뿐인 풋내기였지만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출신이었다.

셋은 연장 첫 홀인 10번 홀(파4)에 섰다. 노먼과 마이즈는 파 세이브다. 1980년과 1983년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올랐던 바예스테로스는 3퍼팅으로 보기를 범하면서 탈락했다. 노먼과 마이즈는 두 번째인 11번 홀(파4)에서 멋진 티샷으로 공을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마이즈가 먼저 두 번째 샷을 날렸다. 하지만 긴장한 탓에 공은 그린이 아닌 엉뚱한 쪽으로 날아갔다. 다운스윙에서 상체와 허리가 먼저 열리면서 그의 공은 12번 홀 티잉 그라운드 구역 근처까지 날아갔다. 핀까지 80야드 이상은 넘어 보였다. 샷을 망치자 마이즈는 자책하듯 욕설을 내뱉었다. 노먼은 그린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프린지까지 보냈다. 누가 봐도 노먼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린으로 걸어가는 동안 노먼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흘렀다.

마이즈는 56도 샌드웨지를 들고 어프로치 샷을 준비하고 있었다. 몇 차례 핀과 공을 번갈아 쳐다본 뒤 회심의 어프로치 샷을 날렸다. 샌드웨지의 리딩 에지가 짧은 잔디를 파고들자 공이 솟아올랐고, 그린 앞에 떨어진 공은 몇 차례 퉁기면서 홀로 향했다. 정상 속도보다 빠른 듯 보였던 공은 홀 속으로 사라졌다. 마이즈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마이즈는 기적과 같은 버디를 연출했다. 마스터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노먼에게는 순간 지난해의 좌절을 안겨준 데자뷔와도 같았다.

퍼팅 자세를 취하던 노먼은 의외로 담담했다. 지켜보던 팬들은 지난해 마지막 홀에서 파 퍼트를 놓쳐 니클라우스에게 우승을 헌납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때마침 중계석에는 니클라우스가 임시 해설을 맡아 노먼의 마지막 장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모든 시선이 퍼터 헤드 끝에 고정되는 순간 공은 홀을 향해 거침없이 굴러갔다. 하지만 노먼의 기대와는 달리 홀 옆을 지나쳤다. 그걸로 끝이었다. 2년 연속 노먼은 1타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번엔 마이즈가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96년. 노먼은 영국의 닉 팔도에게 또다시 패해 3번이나 마스터스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만다. 노먼의 마스터스 징크스를 두고 그에게 새가슴이란 별명도 붙었다.

노먼의 메이저대회 2위 기록은 마스터스에서 3번, US오픈에서 2번(1984년과 1995년), PGA챔피언십에서 2번(1986년과 1993년) 등 무려 7차례나 된다. 노먼이 메이저대회 우승 문턱을 넘은 건 1986년과 1983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두 번뿐이다.

골프역사칼럼니스트

1987년 마스터스 연장 두 번째 홀. 래리 마이즈(왼쪽 사진)가 포효하는 반면, 그레그 노먼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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