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꼭 1주일 앞둔 정치권의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선심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한쪽에서 얼마를 외치면 더 올려서 ‘베팅’하는 도박판의 눈치싸움을 방불케 한다. 상황이 급하고 어려운 곳에 긴급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 국민이 얼마씩 나눠 갖는 식은 최악의 포퓰리즘임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선거를 의식한 각 정당과 후보는 물론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와 청와대까지 휘둘리기 시작했다.

소득 하위 50%에 100만 원(4인 가족 기준)씩 지원하자던 정부 안이 청와대·더불어민주당과 협의를 거치며 하위 70%로 확대됐고, 야당 대표가 국민 모두에게 1인당 50만 원을 제안하자, 여당 대표도 지급 대상을 100%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제는 재원 문제도 뒷전이다. 처음에는 512조 원의 본예산을 구조조정하는 시늉이라도 하더니 갈수록 더 크게 ‘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이런 무책임은 도박꾼 행태보다 더 나쁘다. 그들은 자기 돈을 자기 책임 하에 베팅하지만, 여야는 국민 혈세로 매표(買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선심은 정당·후보들과 자치단체장들이 쓰고, 그 부담과 부작용은 납세자와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1743조6000억 원에 이르러 이미 국민 1인당 1409만 원의 빚을 진 셈이다. 재정수지도 54조 4000억 원 적자로 역대 최악이었다. 지난해 국가부채가 60조2000억 원 늘어났는데, 올해는 두 차례 추경과 세수 결손을 감안하면 폭증할 것이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국세 수입이 1월엔 6000억 원, 2월엔 1조8000억 원 줄었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대학 등록금 반환 주장도 확산하고 있다. 선거에 다급한 보수 정당까지 가세했다. 벌써 많은 가정에선 돈 받을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런 기대 수준을 높이면 낮추기가 힘들다. 총선까지 1주일이라도 현금 살포 공약 경쟁부터 중단하고, 논의도 동결하기 바란다. 총선 뒤에 정치권도 국민도 냉철한 정신으로 재론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