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 대한 봉쇄 조치가 76일 만인 8일 풀렸고, 이탈리아의 신규 확진자는 한창 때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확산도 주춤하면서 앞으로 다소 진폭은 있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세가 정점을 지나 꺾인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몸에 감염됐던 것보다 몇 배 치명적인 ‘경제 코로나’와의 전쟁은 이제 겨우 ‘지옥문’ 초입(初入)에 들어선 셈이다. 국내적으로는 대량 실업과 폐업, 글로벌 차원에선 국가 간 ‘경제 장벽’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근대 이후 초유의 현상이 예상된다. 경제대국들이 공동 대응을 약속했지만, 실제론 생산·소비의 국내화를 강화하는 ‘트럼프 현상’이 일반화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경제는 이미 심각하게 악화했는데 설상가상 코로나가 겹쳤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19만여 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하루 평균 6000명 이상으로, 대기업 하나가 매일 폐업하는 셈이다. 최근 2개월 동안 휴업·휴직 계획 신고를 한 사업장도 4만606곳에 달했다. 실업대란은 이제 시작으로,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할 것이다. 글로벌 환경 변화도 치명적이다. 자유무역 메가 트렌드가 코로나 이후 장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뀔 조짐이 선명하다. 미국 경제석학인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 경제의 지옥문이 열릴 텐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벤 버냉키 전 미 연준 의장은 7일 “코로나 사태로 2분기 미 경제가 30%대 역성장할 것”이란 충격적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 충격으로 국내외 경제가 전례 없는 대란(大亂)을 겪게 된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고꾸라진 경제심리를 북돋워 기업들을 일자리 지킴이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대기업을 죄인 다루듯 하는 반기업·친노조 정책을 하루빨리 접어야 한다. 소득을 높여 성장하겠다더니 소득·성장 다 망친 소득주도성장도 즉각 폐기해야 한다. 세금을 퍼부으며 코로나 이전에 나라 곳간을 텅 비게 만든 정책을 당장 접고, 앞으로 닥칠 경제 파고의 재정 방파제를 쌓는 일도 화급하다. 돈만 풀 게 아니라, 기업들을 해외로 내모는 숨 막히는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 문 정부가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조차 실패가 확인된 정책의 수정을 거부하고 오기를 부린다면, 한국경제는 급속히 붕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