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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과 권력]

기상천외 ‘政黨농단’ 국민이 피해자

기사입력 | 2020-04-08 12:07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

51개 정당 난립에다 술수 횡행
근본 책임은 ‘4+1’ 선거법 개악
비례 폐지 또는 명예직化 필요


농단(壟斷)이란 ‘맹자’의 공손추(公孫丑)에서 유래한 말로 국정농단, 사법농단 사건 이후 우리에게 익숙해진 말이다. 깎아지른 듯이 높이 솟은 언덕에 올라 내려다보며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권력과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말로 쓰인다.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이라야 농단이 가능하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짓도 아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행정부 수반이었던 전직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이어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전직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이 드러나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진행되고 있고, 이번에는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의 정당(政黨)농단이 일어나고 있다. 행정부·사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농단을 일으켜 많은 국민의 비판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은 모두 최고 권력자의 개인적 자질과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현재의 정당농단은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의 집단 공모에서 야기된 것 같다.

현대 민주정치의 특징은 정권을 잡은 정당의 정강과 정책을 기초로 정치가 이뤄지는 정당정치다. 헌법 제8조는 정당의 자유설립주의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정당의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는 정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는 정당국고보조 제도를 두고 있다. 이번에도 44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이 각 정당에 지급됐다. 정당이 이익단체임에도 정치자금법에 의한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대의민주정치에서는 정당이 민주정치의 주체이자 당사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1대 총선을 1주일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이 유권자인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감히 공직선거법을 악용하고 있다. 기존 정당들은 이익과 노선에 따라 이합집산, 합종연횡하며 권모술수 전략을 구사하는가 하면, 비정상적으로 특이한 목적을 가진 정당들이 생겨나고, 듣도 보도 못한 51개의 정당이 우후죽순 난립한다. 선관위에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한 정당만 35개라고 하며, 투표용지의 길이가 48㎝가 넘는단다.

이런 일들은 애초에 범여 ‘4+1’을 만들어 공직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개정할 때부터 충분히 예견됐다. 사표를 막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정당들의 당리당략과 야합으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정한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 내세우고, 선거 후에는 여당 또는 제1야당과 합치려는 목적을 가진 비례 위성정당들이 급조됐다.

다당제의 꿈만으로 당리에 눈이 가려 한 치 앞을 못 내다본 기존 소수 정당과, 집권 연장 욕심만으로 두 치 앞을 못 내다본 범여 시민단체의 탓이 가장 크다. 이번 총선부터 선거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낮아져 전체 유권자의 1.2%에 해당하는 54만여 명의 청소년 유권자가 생겨났다. 그런 마당에 이 젊은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기성 정치인들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 철도를 경북 봉화군 춘양면으로 휘어져 들어오게 만든 억지춘양 식의 결정을 함으로써 정당농단의 마중물을 부은 셈이다.

야당의 비례정당 설립을 비난하다가 말을 바꾼 여당 대표, 책임져야 할 위치인 여당 선대위원장은 비례정당 설립을 “비난은 잠시, 책임은 4년일 것”이라며 찬성하더니 설립 후에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고 민망하다”고 책임을 회피해 더 민망하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선거법 개정에 대해 반대만 하다가 통과되자마자 그 법을 악용해 맨 먼저 비례정당을 만들었다.

제20대 국회의원들이 정의롭지 못한 목적과 공정하지 못한 과정으로 선거법을 개정하고, 그 법을 이용해 위성정당, 비례정당을 만들고, 상위 기호 순번을 차지하기 위해 의원 뀌어주기(현역 의원 당적 변경)를 하고, 의원 뀌어주기를 하면서 국회법 제155조의 제명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유로 의원을 제명 처분한 일련의 행위가 모두 정당농단이다.

이러한 정당농단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정당농단에 대한 국민의 일차적 평가는 일주일 뒤 총선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니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정당농단에 대해 최종적으로 책임이 있는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헌법 정신을 살리는 견지에서 정당들의 행위에 대해 엄격한 기준으로 엄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벌써 21대 국회에서 선거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선거법을 개정한다면, 서로 하겠다고 혈투를 벌이는 국회의원의 지위를 낮은 보수의 봉사 명예직으로 하고, 비례대표제는 아예 폐지하든지 실질적 입법활동 지원비를 제외한 무보수 봉사직으로 하는 게 어떨지 생각해봄 직하다. 어쨌든 20대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행위는 두고두고 입길에 오르내릴 것이다.

국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 26일 새벽 야당 측이 점거한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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