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진 경북 경주시 월성1호기의 모습. 왼쪽 작은 사진은 2018년 7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이 한국수력원자력과의 회의에서 “월성 1호기 정지로 예상되는 적자 5600억 원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는 논리 개발 필요” 등의 언급이 담긴 카카오톡 보고 내용(문화일보 입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019년 12월 24일 격론 끝에 전체 위원 7명이 표결에 들어가 5 대 2로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을 심의·의결했다. 연합뉴스

산업부·한수원 대책회의 논란

2018년 2분기 수천억대 손실
탈원전 부작용 비난 회피 고심

한전도 금융위기이후 최대 손실
직격탄 두산重에 1조 혈세투입
병주고 약주는 정부 잇단 비판

4·15 총선을 앞두고 탈원전(에너지 전환) 정책의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서 속출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부실을 숨기고 국회를 장악하기 위해 포퓰리즘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력 생산 비용 증가로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폭증하고 있으며 관련 기업도 경영난에 몰리자 정부는 파열음을 틀어막기 위해 긴급 혈세를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국내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고 후속세대의 맥이 끊기고 있다는 비명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탈원전에 따른 한수원 손실 숨기려 대책회의 = 지난 2018년 2분기 한국수력원자력은 영업이익을 내고도 수천억 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수원은 당시 영업이익 433억 원을 냈지만, 한수원 설립 후 최대치인 613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해 6월 15일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한 탓이 컸다. 이사회에선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4기 백지화도 함께 의결됐다.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에 적자가 발생한 이유를 숨기기 위해 한수원과 7월 13일 특별회의를 가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회의에서 나왔던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8월 14일에 한수원 회계처리 경영공시가 이뤄지면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따른 적자 발생 주장이 나올 것이라는 것과 △이 같은 손실은 전체 7200억 원에 달하고 △이 중 월성 1호기 5600억 원의 손실이 가장 민감한 만큼 △한수원 적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는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토론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고내용을 종합하면 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폐해를 주장하는 여론을 비켜 가기 위해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전공대 승인 및 두산중 혈세지원 =한전의 지난해 영업 손실은 1조3566억 원으로, 금융위기 당시던 2008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한전공대 법인 설립을 최근 인가했다. 한전이 지난해 9월 곽대훈 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공대 개교 후 2031년까지 지출될 설립·운영비와 부대비용은 총 1조6000억 원으로 한전의 부담은 이 중 1조 원으로 추산된다. 원전 사업이 핵심 수익원이던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백지화되며 7조~8조 원의 매출을 올릴 기회를 놓쳐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2.5% 줄어든 877억 원, 당기순손실은 4952억 원을 기록했다. 결국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7일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에 긴급운영자금을 1조 원 이내로 지원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자금 지원으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경영 위기가 상당 부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정부가 ‘병 주고 약 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는 감사원 고발 = 감사원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관해 타당성 감사를 시행하고도 결과 발표를 계속 미뤄온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기수 원자력정책연대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국회 보고를 연기한 행위는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총선 승리란 요행수에 힘입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과정의 불법을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원자력정책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최재형 감사원장을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6일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알려왔습니다]‘脫원전-한수원 적자 인과관계 조직적 은폐 시도 드러나’ 관련 반론보도

본지 2020년 4월 6일자 ‘탈원전-한수원 적자 인과관계 조직적 은폐 시도 드러나’ 기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적자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는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토론이 이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7월 13일 회의는 ‘탈원전-한수원 적자 인과관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으로 기존 운영 기간인 2022년 11월까지 연평균 1256억 원씩 균등계상될 감가상각비 5652억 원이 2018년 상반기 경영공시에 일괄 반영된 것일 뿐 에너지 전환정책이나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인해 새롭게 발생한 비용이 아니라는 점을 국회 및 언론 등에 정확히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